신해철 5주기 '마왕은 여전히 우리 곁에'
추모 콘서트부터 음원 프로젝트까지, '그대에게' 전하는 것들
2019-10-28 00:11:42 2019-10-28 00:11:4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마왕' 신해철(1968~2014) 5주기, 세상은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다. 
 
27일 오후 5시 서울 이촌동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에서는 추모 콘서트 '시월'이 열렸다. '꿈이 이루는 세상'이 주최하고 PA 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한 행사는 신해철과 인연이 있던 지인들, 그를 추모하는 뮤지션들이 마음을 모은 자리다. 
 
김영석·이수용·임상묵·홍경민·데빈·다빈크·쭈니·김동혁·쌩·이현섭·최문석·정구현·신지, 박완규(부활), 지우(에메랄드캐슬), 안흥찬(크래쉬), 고유진(플라워), 류정헌·정모·김진환·일리노 등이 참여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날아라 병아리', 'Hope' 등 신해철 생전 대표 명곡들을 후배 뮤지션들이 함께 연주하고 불렀다. '그대에게' 순서 때는 모든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200여 관객들과 뛰고 부르며 생전의 그와 음악, 철학을 추억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윤원희씨가 딸, 아들과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사는 이번 행사를 무료로 맡았다. 출연하는 뮤지션들 역시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온전히 추모하는 마음으로만 꾸려진 행사. 주최 측은 함께 모인 이들의 모임 명칭과 콘서트명을 '시월' 이라 하고 앞으로 해마다 열 계획도 있다.
 
앞서 PA는 "매년 이맘 때면 신해철의 노래를 떠올리는 팬들과 그의 빈자리를 여전히 아쉬워하고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번 '시월' 추모콘서트는 잠시나마 아쉬움을 잊게 해줄 행복한 위로의 시간"이라고 공연을 소개했다.
 
신해철 '시월' 콘서트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벌써 5년이 흘렀지만 '마왕'은 여전히 우리 곁에 기억되고 있다. 26일 MBC TV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유플래쉬'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무대가 꾸며졌다. 신해철의 미공개 데모곡 '아버지와 나 파트 3'를 토대로 한 '스타맨(STARMAN)'이 울려 퍼졌다.
 
가수 이승환이 '스타맨' 멜로디 작곡과 보컬에 참여했고 밴드 국카스텐 하현우가 추가 보컬 녹음, 유재석이 드럼 비트로 참여했다. "그와 나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시작하는 신해철 생전의 목소리, 연주 파트 등은 최대한 살렸다. 6분 45초이던 데모 버전이 5분 5초의 신곡으로 재탄생됐다. 다만 원곡이 팬들에게 먼저 들려졌으면 한다는 제작진의 바람에 따라 이 신곡은 음원사이트에 공개되진 않을 예정이다.
 
이승환은 이날 '마음의 부채가 있었다'며 이번 작업 참여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서태지의 설득으로 '마태승 콘서트(신해철, 서태지, 이승환 합동 공연)' 참여를 결심했는데 일주일 쯤 지나 신해철에게 안타까운 사건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또 "아내분을 뵀을 때 (신해철이 자신의 결정을 듣고 '기뻐했다'고 했다"며 "너무 늦게 결정한 미안함이 있었다. 그가 얼마나 훌륭한 음악이었는지 다시 각인 시켜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신해철 팬이었는 하현우는 "새 앨범이 나오면 선물로 꼭 드리고 싶었는데 하늘나라로 가셨다. 지금도 공연장에선 신해철 선배의 노래를 부른다"며 "알진 못했지만 음악적으로 저에게는 선생님이자 록스타"라고 회상했다.
 
'놀면뭐하니'에서 고 신해철에 관한 기억을 언급하는 이승환. 사진/유튜브 캡처
 
신해철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란 팀으로 데뷔했다. 트윈 키보드에 의한 25마디 전주로 시작된 이들의 곡 '그대에게'는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조용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자신의 책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에서 "한국 대중음악사 통틀어 높은 완성도와 폭발적 대중성, 세대를 뛰어넘는 긴 생명력을 갖춘 가장 위대한 곡"이라고 칭한다.
 
신해철은 8촌 이내 사촌관계였던 가수 서태지에게도 '거대한 산' 같은 존재였다. 5년 전 신해철 영결식에서 그는 "(신해철은) 음악인으로서 커다란 산 같은 존재였다"며 "순수한 영혼과 진실된 의지로 우리를 일깨워준 진짜 음악인이었다. 아무말 않아도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다독여주던 맘 좋고 따뜻한 형이었다"고 추도문을 낭독한 바 있다. 서태지는 1990년대 초반 신해철에게 샘플러 사용법을 배웠다고 밝힌 적도 있다.
 
신해철. 사진/넥스트유나이티드
 
신해철은 메탈부터 발라드, 랩, 하우스, 퓨전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순례하는 입체적 음악을 지향했다. 당대 가요계에선 보기 힘들던 철학적 노랫말을 가사 소재로 활용하며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무한궤도' 이후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 발라더로서 성공하기도 했으나 그의 평생에 걸친 화두이자 꿈은 늘 밴드였다. 스스로 음악을 창조하고 연주하는 최소한의 예술적 공동체를 만들고 삶을 사는 이유, 자아성찰, 사회비판, 가족 등에 관한 고민과 철학을 논했다.
 
싱어송라이터 윤상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노 댄스', 솔로앨범 '크롬스 테크노 웍스'와 '모노롬',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 '비트겐슈타인' 등의 음악 실험도 병행했다.
 
5년 전 형형색색 색종이로 신해철을 추모한 시민들. 사진/뉴시스
 
정치, 사회적으로도 그는 ‘행동주의자’였다. 거리낌 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발언했고 행동했다. 대중예술인의 정치 사회적 개입을 아니꼽게 보는 시각에 반대하고 갑질을 서슴지 않는 방송이나 신문 관계자 앞에선 타협 않았다. 2001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DJ를 맡아 과감하고 파격적인 발언으로 얻은 별명은 '마왕'이다.
 
2014년 10월17일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등을 받고 고열과 복통을 호소하다가 열흘 뒤 (2014년 10월27일) 사망했다. 초기엔 심장 이상으로 인한 사망이라 알려졌으나 최종 사인은 뇌 산소 결핍에 의한 뇌손상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회적으로 의료사고 논란이 번져 2016년 소위 '신해철 법'이라 불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의료과실을 범한 해당 의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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