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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지소미아, 도쿄올림픽, 그리고 거짓말
2019-11-29 06:02:13 2019-12-03 11:59:00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만 놓고 보자면 지난 1주일은 ‘뜻밖의’ 나날들이었다.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하기로 결정한 일도 그렇고, 일본 정부의 태도는 더 그러했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 측의 어이없는 ‘왜곡 발표’와 이를 둘러싼 더 어이없는 ‘사과 공방’만 지켜봐야 했다. 수출우대국으로의 빠른 복귀를 향한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모두 뜻밖의 일이다.
 
외교 관례상 갈등을 빚던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화해의 손짓을 보내면 말만이라도 ‘화답’을 하거나 ‘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러지 않았다. 오만했다. 자국 언론을 통해 우리 정부가 마치 ‘굴복’이라도 한 것처럼 선전했다. 말조차 이러니 행동은 더 멀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오판했다. 일본 아베 정권의 거짓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굳이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지난 8월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이유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꾼 것을 놓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일본 관료들의 거짓말은 상습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정부의 인식이 진작에 이러했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한 발 양보하면, 그쪽도 양보할 것’이란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갈등도 남북 화해 국면이 한창일 때 소외돼 입 다물고 있던 아베 정권이 틈이 보이자 수출규제 카드로 파고 든 것이 발단이 됐다. 이쯤 되면 앞으로도 일본 정부는 밥 먹듯이 도를 넘고, 선을 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제 내어주고 ‘뒤통수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년 7월 24일 도쿄올림픽이 개막한다. 아베 정권은 이미 ‘양’처럼 길들여놓은 자국 언론을 통해 선전전에 돌입했다. 일본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정언유착’의 나라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일본은 2010년 11위였으나,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추락세를 보여 지난해와 올해는 67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0위까지 떨어졌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41위로 오른 한국과 대조적이다.
 
언론이 다 받아주니 제멋대로 올림픽 방사능 위험은 없다고 공언하고, 전범기인 욱일기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2013년 아베 총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방사능 오염수 탱크에서 오염수가 누출됐고, 최근에는 해양으로의 방류까지 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죽하면 교황까지 나서서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후쿠시마 사고는 비로소 해결된다”고 말했을까.  
 
이미 여러 차례 아베 정권은 도쿄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속내를 드러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성화 봉송과 경기를 치르고, 참가 선수들 식단에 후쿠시마 산 원재료를 쓴다고 한다. 핵발전소 사고를 잘 수습한 안전한 나라라는 대외적 이미지를 심는 동시에 안으로는 일본 국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려는 계산이다. 우리 국민들은 내년 올림픽에서 전범기를 열렬히 흔드는 그들을 보며 분통을 터뜨려야 할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올림픽은 아베 정권에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그들의 정치적 성향과 행보를 고려하면 군사대국화라는 야욕도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등장한 히틀러와 나치를 보았다. 전체주의의 광기라고 하는 것은 자칫 방심하면 오염수만큼이나 통제불능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9개월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얌전해' 보인다. 감정적인 대응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선수나 응원단이 그 곳에 가서 안심하고 마시거나 먹을 수 있는지, 그들의 전범기가 나치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이성적으로' 철저히 따져물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자주, 지겨울 정도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에도 더 널리 알려야 한다. 올림픽과 관련해 아베 정권의 거짓말이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고쳐줘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양국 갈등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도 덧붙여야 한다. 그들이 수출규제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그러했듯이.
 
이승형 산업1부장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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