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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주52시간 근로제와 저녁 있는 삶
2019-12-12 06:00:00 2019-12-12 06:00:00
20201, 워킹맘 민영씨의 삶이 확연히 달라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먼저 주52시간이 적용되면서 한층 여유로웠던 삶이 민영씨까지 확대된 것이다. 52시간 적용에 따라 7시 출근해 4시에 퇴근하게 되면서 4시 이후엔 세 살 배기 딸과 오롯이 시간을 갖게 됐다. 남편 또한 6시에 퇴근해 뱃 속에 있는 둘째까지 네 가족은 저녁을 함께 먹고, 산책을 하는 등 충실한 가정생활을 지키게 됐다. 민영씨는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했다. 4시 퇴근이라는 제한 때문에라도 집중적으로 그날 할 일을 다 끝내놓고 퇴근하며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함께 할 수 있는 사적인 시간도 생겼다고 행복해했다.
 
이는 민영씨네 가족 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내년 11일부터 50인이상 300인미만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에 적용되면서 상당한 직장인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근무시간 단축'이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중소기업 재직 직장인 대상 '52시간근무제 후 실감하는 변화'를 주제로 설문한 결과, 중소기업 재직 직장인 절반에 달하는 49.2%'52시간제 도입 이전에 이미 주52시간 이하로 근무 중이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대상이 아니지만 이들 기업에 재직 직장인 중 적지 않은 수가 이미 변화를 실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구체적인 변화로는 '회사에서 머무는 시간, 근무시간이 짧아졌다'가 가장 많았고, '퇴근이 빨라졌다', '휴가 사용이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52시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설문결과에 '연장근무 수당이 줄면서 월 총 급여가 줄었다'는 다소 부정적인 응답도 있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초과 근로가 많은 제조업 사업장 2곳 중 1곳꼴로 근로자의 임금 감소가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보전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자는 주52시간제의 선한 의도와 달리 저임금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감소가 우려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임금체계 개편도 시급해 보는 이유다.
 
일단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는 주52시간제도 안착을 위해 보완대책을 내놨다. 50~299인 사업장에 1년의 계도기간과 기간내 최대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는 보완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제도 시행이 많게는 16개월까지 유예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 300인이상 대기업 시행때도 9개월까지 유예기간을 준 바 있다. 대기업보다 여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1년 정도는 안착 기간을 줄 필요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유예기간으로 사업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제도의 현장안착을 더디게 만들 수 있는 소지도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내년 11일부터 적용해야 하지만 사업장이 이핑계 저핑계 대고 꼼수를 부리는 식이 될 수도 있어서다. 이에 정부의 보완책을 악용하지 않고, 사업장이나 직장인 모두 안착해 가는 과정이 이어지도록 정부도 사업장도 근로자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52시간 시대는 과로 국가에서 벗어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꿔 생산성 높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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