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 봄이여. 아름답게 오소서
입력 : 2020-02-28 06:00:00 수정 : 2020-02-28 10:23:19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대한민국을 불안과 공포로 떨게 하는 '코로나 19'로 연일 과로에 시달리던 대구의 한 의사가 의자에 걸터앉아 졸고 있는 장면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 모두 필자와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얼마나 자고 싶었으면, 하는 애틋함이 솟구친다. 
 
아,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사망자를 나타내는 죽음의 숫자와 죽음의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의 숫자, 그 슬픈 통계가 우리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그 숫자가 꺾이지 않고 나날이 갱신되는 것도 한없이 우울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 고통이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염병의 ‘창궐(猖獗)’이다. 창궐을 구성하는 글자인 ‘창(猖)’과 ‘궐(獗)’을 사전에서 각각 찾아보면, ‘창’은 ‘미처 날뛴다’는 뜻이고, ‘궐’도 ‘날뛴다’는 의미로 나온다. 여기서 창궐의 한자는 부수가 모두, 개를 나타내는 ‘견(?)’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한자인 개 ‘견(犬)’과 같은 뜻을 가진다. 그야말로 창궐은 사악하고 끔직한 기운이 미쳐 날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창궐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우리 인간들이 고통스럽게 겪어온 전염병은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 혹은 야생동물이나 조류가 그 발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흑사병으로 잘 알려진 페스트는 14세기 중기 전유럽에 대유행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역병이었다. 야생의 설치류(齧齒類: 다람쥐·쥐·비버 등)에 의한 돌림병이었다. 이 병으로 당시의 유럽 인구가 5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백년전쟁이 중단된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史實)이다. 전염병은 전쟁을 중단시킬 만큼 엄청남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빌게이츠가 인류 최악의 시나리오로 핵전쟁이 아닌 전염병을 지목하고 예언한 것도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의 기억에도 생생한 2002년 사스(SARS)는 닭에서 처음 발견되어, 소나 돼지 같은 일부 동물에게 매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어 인간을 침몰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2009년에 있었던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pdm09는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조합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다. 이런 일련의 유행병이 동물이나 조류에 의한 전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도 그 바이러스가 박쥐를 먹는 습관에서 시작되었다는 뉴스는 그냥 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악습을 버리지 않는 한 전염병은 인류를 잠식시키는 무서운 동반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창궐에도 대한민국은 분명 위대한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역사적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선 저력의 민족이라는 사실이 봄바람처럼 들려오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가장 고통스런 인내를 강요받고 있는 대구 · 경북에 전국 각지로부터 수많은 의료진과 함께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119구급차도 그 방향을 대구로 경북으로 돌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극단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경향각지의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추거나 혹은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소식도 훈훈하다. 공생이란 이런 것이다. 상생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에 늘 정을 품고 살아온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하는 민족이다.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면,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우리의 안전과 미래는 건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절기상 이틀 후면 봄이다. 삼월이다. 꽃이 피고 모든 기운이 약동하는 봄이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넘어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가수 박인희 씨의 ‘봄이 오는 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다. 곧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리라 믿는다. 아, 봄이여, 아름답게 오소서.
 
오늘 친구가 보내온 휴대전화기 속의 문자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어제 이사 간다고 만나 점심 함께 나눈 지인이 선물을 줘 집에 와서 풀어보니 요즘 사기도 쉽지 않다는 KF94 마스크가 한 박스 들어 있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감동이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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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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