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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코로나19 그리고 '병·정'의 눈물
2020-04-03 06:00:00 2020-04-03 06:00:00
몇 달 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가 공개됐다. 전염병에서 비롯된 좀비떼가 출현하는 이 드라마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리며 인기를 끌고있다. 고위층의 탐욕으로 전염병이 창궐하고, 그 피해는 취약 계층부터 시작된다는 게 대략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조선시대가 배경인 이 드라마는 2020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와 많이 닮아있다.
 
요즘 항공사들의 키워드는 '비용 절감'이다. 코로나19 위력은 예상보다 대단했고, 항공사들은 인력 감축 없이는 버티기 힘든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매출이 급감하자 전 항공사는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카드를 꺼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질 않자 결국 정리해고에 나섰다. 그리고 첫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고용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과 2차·3차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이스타항공은 최근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에 앞서 수습 부기장 80명을 해고했다. 중국 동방항공도 한국인 계약직 승무원 70여명을 무더기로 해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어 비행기 청소나 기내식 제공 등의 업무를 하는 지상조업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권고 사직이 속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노골적으로 퇴사를 종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 지상조업사의 한 협력업체는 출근한 직원에게 세계 50여개 나라와 도시의 코로나19 관련 출입국 규정이 담긴 문서 3장을 모두 손으로 베껴쓰라는 황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A4용지로 11~15장에 이르는 양이었다고 전해진다.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관리자는 "공부도 되고 좋지 않냐"며 "제출을 안 하면 오늘 퇴근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항공사 정규직들은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통해 급여의 일부를 보전받고 있지만 하청업체 직원들은 이러한 안전 장치 없이 그대로 길바닥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기업의 가장 밑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전염병은 갑과 을을 가려 퍼지진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그들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조선시대던 2020년이던 병과 정인듯하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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