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코로나19와 '죠스'의 시장들
입력 : 2020-04-08 05:36:18 수정 : 2020-04-08 10:01:22
코미디 배우에 어울릴 법한 외모, 거침없는 언사와 돌발 행동.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괴짜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런 그도 코로나19를 피해가지는 못 했다. 열흘 전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급기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영국의 ‘대처법’으로 ‘집단면역’ 방식을 들고 나와 욕을 먹었던 그였다. 집단면역 방식이란 자연치유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전 국민의 60%가 감염이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면역이 강한 사람은 살아남고, 약한 사람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영국민들은 그를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살인마 ‘조커’에 빗대기도 했다. 새삼 그의 과거 발언이 회자되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지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6년 한 공식석상에서 영화 ‘죠스’를 언급하며, 그 영화의 등장인물 가운데 진짜 영웅은 ‘시장’이라고 했다. 식인상어의 존재를 알았으면서도 지역 경제를 위해 해수욕장 개장을 강행한 바로 그 시장 말이다. 안전보다는 돈을 택한 것이다. 그 대가는 끔찍했다. 많은 시민들이 죽었다. 돈은커녕 빚만 남았다.
 
존슨 총리의 코로나 대처법은 그 시장처럼 평소의 정치 철학을 옮긴 것뿐이다. 그 결과는 영화보다 더 참담하다. 7일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1608명, 사망자는 5373명이다. 총리 본인도 당했다. 죠스에 물린 것이다.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돌아갈 것’이라는 그의 기대 역시 물거품이 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6일자 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의 대재앙이라 할 수 있는,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그는 현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시간을 통틀어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독한 감염병을 우습게 봤다. 이 사람도 존슨 총리처럼 경제를 먼저 걱정했다. 전문가들과 관료들로부터 경고가 쏟아졌지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발생이 곧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바로 그 다음날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최대의 폭락을 기록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최고책임자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결국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고, 충분한 의료 장비 비축과 신속한 진단 검사 시행에 실패했다. 현재 미국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1만명을 넘었고, 확진자는 36만명에 달한다.
 
경제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2주만에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000만건에 육박했고, 실업률은 약 13%로, 19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다. 코로나19 대응 능력만 놓고 봐도 사상 최악이란 딱지가 붙을 만하다.
 
이웃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아베 신조 총리의 ‘고의적인’ 늑장 대응으로 일본 전역이 언제 터질지 모를 ‘코로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아베 총리 역시 경제와 올림픽을 앞세우다 확진자가 날로 급증하자 등 떠밀려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볼 기세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고대하던 올림픽은 연기됐고, 아베노믹스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두 사내처럼 그 역시 이제는 재선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던 세 나라가 이 지경이 됐다. 가장 단순한 원칙 2가지를 무시한 탓이다. ‘사람 없이는 경제도 없다는 것’과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것. 지금 투병중인 존슨 총리가 여전히 그 시장을 진짜 영웅으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의 쾌유를 빈다.      

이승형 산업부 에디터 sean12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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