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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선거비용 이중지원 중단해야
2020-07-17 07:00:00 2020-07-17 07: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영수증은 한 장인데, 세금은 두 번 지원된다? 이런 경우가 있을까 싶지만, 대한민국에는 존재한다. 일단 먼저 세금을 지원받아서 쓴다. 그리고서 다시 그 영수증으로 한번 더 세금을 타 낸다. 바로 정당이 받는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마 이런 식으로 세금을 두 번 지원받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 경우가 유일할 것이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라는 두 개의 위성정당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두 위성정당이 잠깐 생겨서 활동하다 사라졌기 때문에 선거비용 이중지원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총선 직전인 3월30일 더불어시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4억4937만8020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고, 미래한국당은 61억2344만5060원의 선거보조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미래한국당은 이렇게 받은 선거보조금 가운데 총선 전 방송연설비로 4억2630만1900원을 썼다. 물론 이렇게 거대 정당에게 세금이 지원되는 것 자체도 선거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면이 있지만, 어쨌든 한번 돈을 썼다면 그걸로 끝나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은 선거가 끝난 6월12일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서 당시 방송연설비로 사용한 돈을 그대로 다시 얻어냈다. 이미 선거보조금을 받아서 쓴 돈에 대해 다시 지원을 받은 것이다. 당연히 이중지원이다.

문제는 미래한국당이 방송연설비만 이런 식으로 지원받은 것이 아니다는 점이다.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때, 선거공보물 인쇄비 17억3928만6110원, 광고비 23억6080만8550원 등도 같은 방식으로 지급 받았다. 당시 사용한 인쇄비와 광고비 등은 대부분 선거보조금으로 이미 쓴 돈이다. 더불어시민당도 마찬가지이다. 더불어시민당도 선관위로부터 공보물 인쇄비 17억3583만7098원, 광고비 20억2368만6970원 등을 선거비용 보전형식으로 받았다.
 
이렇게 선거비용에 대한 이중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그간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는 어려웠다. 그 이유는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사용한 정치자금 집행내역에 대한 영수증은 선거 이후 회계보고가 완료된 시점부터 3개월 동안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사는 안 되고, 눈으로만 보는 '열람'만 가능하다. 심지어는 열람할 때에 노트북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정도다

이 문제를 선관위에 항의하면 "정치자금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국회에서 만든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 집행내역 영수증은 3개월 동안 열람만 가능하다'고 명시해 놓았다는 것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비용 이중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태는 드러나지 못했다. 이번에 '세금도둑잡아라'와 KBS 탐사보도팀이 공동취재를 해서 그나마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실태가 드러날 수 있었다. 
 
선거비용 이중지원은 명백한 예산낭비다. 세상에 이중으로 돈을 지원받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이중으로 자금을 받다 보니 돈이 남아돌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은 선거비용 보전을 받은 38억9616만5060원에서 부채 4억15만9094원을 제한 34억9600만5966원을 더불어민주당에 남겨줬다. 미래한국당도 선거보조금 잔액 12억7666만6100원에 선거비용 보전액 47억576만1530원을 합친 59억8242만7630원을 미래통합당에 남겨줬다. 정당이 '선거 재테크'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남은 돈은 결국 정당이 마음대로 쓰게 된다. 정치자금법은 자금 집행내역의 공개는 엄격히 제한하면서 남은 돈의 용도에 대해선 엄격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관위도 2013년 6월에 이런 이중지원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선거비용 보전을 할 때에 이미 지급한 선거보조금을 감액하고 지급하자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방식도 있겠지만, 아예 선거보조금을 없애고 선거비용에 대해서만 보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방법이든 이런 이중지원은 없애야 한다. 문제는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양당이 과연 이런 개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의 이런 악법도 거대 양당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여론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이런 특혜성 이중지원에 낭비되는 세금에 대해 분노할 때에만 거대 양당이 움직일 것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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