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항공사에 치우친 정부 지원 …LCC "우리가 더 심각"
FSC엔 3조가량…LCC엔 3000억
LCC 줄줄이 적자 행진…"우린 화물 못 해"
2020-08-18 06:20:08 2020-08-18 06:20:08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여객 수요가 반년 가까이 바닥을 치는 가운데 항공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규모가 큰 항공사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항공사(FSC)들이 화물로 2분기 흑자까지 보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에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지원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LCC는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안기금 대상 기준인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근로자 수 300인 이상 조건에 부합하는 LCC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으로, 에어부산은 현재 인수·합병(M&A) 논의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라 제주항공만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금융·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에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지원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 계류장에 항공기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주항공은 정부의 지원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구주주 청약에서 90.1%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1350억원의 청약금액을 확보하긴 했지만, 연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경영자금이 약 225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자금난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원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건 반갑지만, 아직까지 제주항공과 실질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웃게 됐지만 규모가 작은 다른 LCC들의 고민은 커졌다. 한 달에 수백억원씩 나가는 고정비와 한정된 국내 여객 수요를 길면 내년까지 떠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 LCC 관계자는 "업계 안팎으로 국제선 정상화가 내년까지도 힘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국내선은 한정된 수요에서 출혈 경쟁이 심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처럼 화물로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인데, 오히려 지원 순서는 역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기안기금 지원 문을 유일하게 열어둔 대한항공은 최근 흥행에 성공한 유상증자로 급한 불을 끈 뒤 기안기금 신청을 한 달 넘게 미루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LCC와 비교하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기안기금 수령에 대한 고용유지 조건, 지분 일부의 정부 소유화 문제 등을 고려해 신청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에 투입할 예정이거나 투입한 정부 지원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에 2조9000억원, LCC에 3000억원가량이다. 3000억원 중에서도 현재까지 실제 지원 금액은 2500억원이며, 최근 산업은행은 이 외에 추가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LCC들의 실적은 최악을 찍고 있다. 최근 올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LCC들은 모두 전년비 적자가 확대됐다. 진에어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은 5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6억원) 대비 적자가 두배 이상 늘어났고,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역시 각각 486억원·5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
 
이 밖에도 지난해 3월 국토부로부터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은 날개조차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이강원은 이 중 가장 먼저 시장에 합류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겹쳐 노선 취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역시 AOC 발급 절차가 지연돼 취항 시점이 기약 없이 연기됐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각각 1485억원, 1151억원의 흑자를 냈다. 여객기 운항 감소로 증가한 국제 항공화물 수요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 모두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밸리카고'를 활용했다. 대한항공은 더 나아가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을 적재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제출한 뒤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3분기에도 흑자 전망이 나온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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