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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뜬금없는 유증·사채 발행 ‘너무해’
넘치는 유동성 기회 삼아 기존주주 이익훼손 결정 증가
빅히트 공모가도 ‘비싸’
2020-09-07 12:00:00 2020-09-07 1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증시 주변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기를 틈타 자본 조달에 나서는 상장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중에는 기존 주주들의 보유주식 가치를 훼손하거나 비싼 가격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경우가 있어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이를 증시 고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 상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거래소의 상장심사는 통과했고 오는 24~25일 기관을 대상으로 공모가를 결정짓는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빅히트엔터가 내건 희망공모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희망공모가는 10만5000~13만5000원이다. 빅히트엔터는 이 가격을 정하기 위해 상장 기획사인 JYP ent.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YG PLUS, 그리고 NAVER와 카카오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비교그룹을 선정하면서 적자기업을 제외하면서 동종 사업을 하는 에스엠과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빠졌다.   
 
또한 이들과의 밸류에이션을 비교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EV/EBITDA를 적용했다. EV/EBITDA는 감가상각비, 이자비용, 세금 등을 제하기 전 단계인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만 놓고 비교하는 것을 말한다. 더 유리한 공모조건을 만들기 위해 종종 이용되는 방법이다. 빅히트엔터는 사옥 매입 등으로 인해 지난해말 109%였던 부채비율이 이번 상반기에 306%로 급증했다. 남들처럼 PER로 비교했다면 희망공모가를 이만큼 높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으로 평가하는 PER로 전환할 경우 빅히트엔터의 공모가는 JYP ent.의 2배 수준에 이른다. 또한 현재 멤버들의 군 입대 문제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의 부담까지 안고 있다. 
 
평소 같으면 투자자들에게 비판받을 만한 내용인데도 이렇게 공모가를 한껏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 기록도 보탬이 됐다. 실제로 비싼 희망가와는 무관하게 수요예측부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준비 중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제시한 희망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넘치는 유동성에 BTS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 등극이란 호재까지 겹쳐,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가 흥행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뉴시스>
 
빅히트엔터가 몸값을 너무 높였다면 KMH는 대주주의 지분 방어를 위한 사채 발행이 논란이 됐다. 
 
KMH는 2일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와 3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운영자금과 신규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이 목적이라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일단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고,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충분하다는 점도 사채 발행의 목적을 의심할 만하다. 
 
최근 KMH에서는 2대주주가 바뀌는 일이 있었다. KB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주식 568만주가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 PE로 매각된 것.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회사 경영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하겠다고 예고해 경영권 다툼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자 KMH의 최대주주인 최상주 회장이 곧바로 사채 발행으로 응수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CB와 BW는 최 회장과 에스피글로벌이 함께 인수한다고 밝혔다. 에스피글로벌은 지난해 말까지 KMH의 종속회사였으니 결국 최 회장 측 지분 방어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CB와 BW 모두 내년 11월부터 주식으로 바꿀 수가 있다. 주식 전환 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50%가 넘어 사모펀드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 결정으로 최대주주의 경영권은 안정됐고 현재 주가도 지분 다툼이 부각되며 급등해 당장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주식 수만큼 기존의 주식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밖에 증시 활황을 이용한 유상증자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신한지주는 지난 4일 1조1600억원, 3913만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증을 발표했다. 이로써 8.2%의 주식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이번 증자는 자본 확충과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한다는데 이에 대한 시선은 따깝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대출증가율,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으로 보통주 자본비율이 11.4%로 낮아졌으나 이걸 증자로 보완해야 했는지 아쉽고, 사모펀드와의 전략적 제휴 효과도 명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며 “이번 증자로 배당 확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분기에 1조원 안팎의 이익을 내는 체력을 보유했고 자본비율도 낮지 않아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이라고 지적하고 목표가를 3만8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낮췄다. 
 
신한지주는 유증으로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기업들의 유증은 주식가치를 크게 흔들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디에이테크놀로지도 지난 4일 15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증을 발표했다. 한창 뜨는 2차전지 붐을 타고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도인데 여전히 적자행진 중인 곳이다. 
 
메디톡스와 에스와이도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유증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50억달러 유증을 발표하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증자에 따르는 권리락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가가 싸 보이는 착시를 일으켜 투자자들이 더 몰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증시 고점에서 이뤄지는 증자는 그 돈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의심해 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또는 일반 주주의 이익을 헐어 대주주를 불려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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