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위험한 소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에는 배우 김강우가 출연한다. 이제껏 김강우는 상업성이나 대중성이라는 단어보다 예술성, 작품성에 더욱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러다보니 적지 않은 작품을 했음에도 흥행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300만을 넘은 '식객'이 최고 흥행작이다.
그의 영화를 보고 즐겁게 영화관을 빠져나온 기억보다는 깊은 고민에 휩싸인 적이 더 많았다. 게다가 이번 영화의 소재는 사설정보지였다. 사회적인 비판이 뚜렷해 보이는 소재여서, 김강우가 출연했던 영화 특유의 복잡함이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김강우가 갖고 있는 이력 때문이었을까. 영화관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기대감보다는 '기존 것과 다르지 않겠거니'라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본 '찌라시'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였다. 초반 매니져 우곤(김강우 분)과 배우 지망생 미진(고원희 분)이 서로에게 깊은 신뢰를 쌓는 과정이 지나고부터는 전개가 빨라진다. 사건에서 또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다보니 2시간이 쉴 틈없이 지나간다. '변호인' 이후 오랜 만에 언론시사회에서 시계를 보지 않았다.
영화는 사설정보지 때문에 목숨을 잃은 한 여배우의 매니저에 대한 이야기다. 여배우 미진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사설정보지의 실체를 쫓아간다. 우곤은 이 과정에서 정보를 언론사 및 각종 기업체에 배포하는 박사장(정진영 분)과 불법도청 레전드 백문(고창석 분)의 도움을 받고 진실을 파헤친다.
하지만 거대 권력의 핵심인 대기업 오앤씨 홍보실장 오본석(박원상 분), 오앤씨의 궂은 일 해결사 차성주(박성웅 분) 때문에 쉽지 않다.
연출을 맡은 김광식 감독은 사설정보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를 배포하는 부분을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정보맨과 유통업자를 만나 취재했다"는 김 감독은 우리 곁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통해 영화에 현실감을 얹는다.
우곤 일행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건이 빠르게 연결되면서 관객을 쉴 틈 없게 만든다. 지루한 장면이 거의 없다. 영화 초반부터 엔딩까지 몰입하게 한다. 중간중간 웃음을 만드는 유머 코드 역시 감독 특유의 감각이 묻어난다.
◇김강우-정진영-고창석-박성웅(왼쪽위부터 시계방향)(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 역시 감각있는 연기로 작품에 힘을 보탠다.
영화의 중심인 우곤 역을 맡은 김강우는 과잉 감정 연기나 오버 액션을 빼고 자연스럽고 평범한 캐릭터를 그려낸다.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는 김강우의 고민이 드러난다. 동네 아는 형 같은 평범한 이미지지만 색깔이 뚜렷하고, 2시간을 끌어가는 힘은 눈길을 끈다.
연기 고수 정진영은 몇 가지의 정보로 그림을 짜는 브레인이자 유통업자 박사장을 그려낸다. 따뜻하면서 인간미가 넘치면서도 우곤에게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우곤을 위해 끝까지 돕는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넘나드는 정진영의 연기도 영화의 볼거리다.
고창석은 가볍고 독특하며, 인상이 강한 백문을 만들어낸다. 다소 진지하게 흘러가는 영화에 웃음을 안기는 감초 역할이다. 영화 내내 우곤을 사정없이 구타하는 차성주 역의 박성웅은 '최고의 악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사나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박성웅의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이 생길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뿐 만 아니라 미진과 스캔들이 난 정치인 역의 안성기와 기자 출신 오앤씨 홍보실장 오본석 역의 박원상, 충격적인 사건의 중심인 청와대 정책실 비서관(임형준 분), 오앤씨 회장(장광 분), 박사장 밑에서 찌라시를 쓰는 미스 김(이채은 분)까지 비중은 작지만 존재감 뚜렷한 연기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이 궁금해하는 찌라시라는 소재를 담은 이 영화는 대중성과 오락성을 충분히 담았다. 상업영화로서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유치하거나 뻔하지 않다. 그러면서 진실 없는 정보에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루머에 놀아나는 사회 현상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최동훈 감독 '범죄의 재구성', '타짜'나, 한재림 감독의 '우아한 세계' 처럼 긴박한 스토리가 강점인 영화에 매력을 느낀 관객에게 '찌라시'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