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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문어' 이영표의 해설이 사랑받는 이유
입력 : 2014-06-18 오후 12:34:26
◇이영표 해설위원 (사진제공=K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친목으로 다져진 안정환, 송종국, 김성주의 MBC 중계라인에 비해서 주목도가 떨어졌다.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배성재 캐스터에 관록의 차범근-차두리 부자의 SBS에 비해서도 뒤쳐지는 느낌이 강했다.
 
긴급히 투입된 조우종 캐스터와 예능 출연이 다소 부족한 탓에 비교적 친근감이 적은 이영표의 무게감은 타 방송사에 비해 떨어져 보였다. 시청률 역시 엎치락 뒤치락 했지만 전반적으로 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 대 일본 전 이후로 KBS의 시청률이 수직상승하고 있으며 화제성 면에서도 최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는 이영표의 해설에 국민들이 매료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 방송인 못지 않은 문장구성·발성·발음
 
이영표는 축구 스타 출신 해설위원 중에서 가장 언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끄러운 문장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중언부언을 쓰지 않고 깔끔하게 설명한다.
 
또 이영표의 장점 중 하나는 다소 발음하기 어려운 해외 대표선수들의 이름과 포지션 등을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하는데 있다. 방송이 익숙치 않은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이 경기 초반 다소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이영표는 처음부터 경기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발성과 발음을 보인다. 이 때문에 축구마니아들의 몰입도를 저해할만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
 
아울러 '아~'나, '어~'와 같은 추임새도 적다. 정확한 타이밍에 시작된 말은 대부분 문장이 완성될 때까지 매끄럽게 이어진다. 문장을 구성하는 수준만 놓고 봐도 기자 출신 해설위원인 한준희, 박문성, 장지현, 서형욱 등과 큰 차이가 없다. 선수출신 해설들의 어휘력이 부족하고 말이 자주 끊긴다는 일반적인 단점이 이영표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탁월한 분석력에 뛰어난 적중률
 
현재 이영표는 국내 해설가들 중 가장 뛰어난 안목으로 경기를 예측하고 있다.
 
KBS2 <따봉 월드컵>에 출연한 그는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조별예선을 앞두고 우승자 징크스와 네덜란드의 상승세, 스페인의 침체기를 이유로 스페인의 몰락을 예견했다. 이는 네덜란드의 5:1 승리와 함께 현실로 실현됐다.
 
또 그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앞두고 이탈리아의 2:1 승리를 예측했고, 이는 또 적중했다. 아울러 일본과 코트디부아르 경기는 코트디부아르의 2:1 승리를 예언했고, 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일본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경기 후반 "지금부터 10분 내에 코트디부아르가 동점골을 넣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후 연달아 2골을 몰아친 코트디부아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도중에도 이영표의 예언은 적중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영표의 예언은 한국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영표는 이근호를 한국팀의 '키 플레이어'로 보고, 이근호가 골을 넣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또 한 번 적중했다. 실제 이근호가 골을 넣자 이영표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라며 자신의 예언이 또 한 번 적중했음을 알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탁월한 예측을 보이고 있는 이영표를 두고 네티즌들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활약한 문어를 빗대 '문어 영표'라고 부르고 있으며, 일부는 '토토의 신'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비하인드 에피소드
 
이영표는 박지성과 더불어 국내 선수 중 가장 경력이 화려한 선수로 꼽힌다. 네덜란드리그 PSV 아인트호벤, 잉글랜드리그 토트넘 핫스퍼 등 국내를 포함한 5개국 리그에서 활약했으며, A매치 127회 출장으로 센추리 클럽에도 가입됐다.
 
오랜 경험이 해설에서도 엿보인다는 게 장점이다. 코트디부아르와 일본 경기에서 드로그바가 출전하자 과거 코트디부아르와 친선경기 때 드로그바를 막기위해 라커룸에서 10분간 회의를 더 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해 재미를 더했다. 이어 "드로그바는 옆에서 들어가 공을 봐야한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팁을 전하기도 했다.
 
또 코트디부아르의 미드필더 조코라가 느슨한 수비를 하자 "제가 토트넘에서 뛸 때 동료였던 조코라에게 그렇게 붙어주라고 얘기했는데 아직도 못 고쳤다"는 말로 웃음을 안겼다.
 
네덜란드와 스페인 경기에서는 네덜란드 리그가 빅리그(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등)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유럽리그 특유의 문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설명은 다소 루즈해질 수 있는 시점에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정보가 되면서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이영표의 경험은 한국과 러시아 전에서도 빛났다. 경기 전반 기성용의 태클로 인해 러시아 선수가 쓰러진 상황에 한국선수들은 경고를 주지 말라며 심판에게 어필했다. 이 때 심판은 두 손가락을 펼쳤다.
 
이에 대해 이영표는 "지금 저 심판의 손가락은 아까도 기성용이 거친 태클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고를 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심판은 기성용에게 옐로카드를 줬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설과 정확한 발성과 발음, 매끄러운 문장구성, 뛰어난 예언 적중률은 이영표의 해설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그 어떤 월드컵보다도 골이 많이 터져나오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 국내팬들에게 있어서 이영표의 해설을 듣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되고 있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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