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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신의 한 수', 강렬한 액션이 가미된 신들의 놀이판
입력 : 2014-06-25 오후 2:10:13
◇<신의 한 수>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생각만큼 안 빠졌어요. 별로예요."
 
시사회 전 영화 <신의 한 수> 관계자에게 "영화 어때요?"라고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표정에 진심이 묻어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정우성이 이번에는 실패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런 줄 알았다. 실제 다른 사람들에게 "<신의 한 수> 별로란다"고 말하고 다녔다.
 
'얼마나 재미없는지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사회 현장을 찾았다. 정우성에 이범수, 이시영, 안길강, 김인권, 안성기가 나온다고 하니 안 보고 지나치기도 어려운 선택이었다. "졸지나 말자"는 생각으로 기대감 없이 객석에 앉았다.
 
극초반이 예상보다 재밌게 흘러갔고, "언제 재미없어지나"를 생각하고 있을 때는 이미 영화가 반이상이 흘렀을 때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비로소 그 관계자가 기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한 번 진화한 정우성, 어마어마한 아우라의 이범수, 내공을 보여준 안성기와 안길강, 영화에서 더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이시영, 충무로의 블루칩 최진혁 등 출연진 대부분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빠른 전개는 아닐지라도 군더더기 없이 흐르는 이야기 전개나 바둑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 바둑의 정적인 싸움과 이와 반대되는 강도 높은 액션이 조화를 이뤘다. 대체로 짜임새가 있고, 만듦새가 좋다.
 
◇정우성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영화는 태석(정우성 분)의 친형 우석(김명수 분)의 부탁으로 합류하게 된 내기바둑. 우석은 결국 거대 내기바둑 조작 조직의 살수(이범수 분)에게 죽임을 당하고, 태석은 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영화는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덥수룩한 수염을 붙인 정우성의 비주얼은 인상적이다. 걷는 모습부터 느릿한 말투, 겁에 질린 모습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멋있는 정우성과는 거리감이 있어 신선하다.
 
교도소에서 폭력조직을 만난 태석은 바둑을 가르쳐주고,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으며 지질한 모습을 벗고 외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변화해나간다. 이후 바둑 고수 주님(안성기 분), 생활형 내기바둑꾼 꽁수(김인권 분), 외팔이 기술자 허목수(안길강 분) 등 살수에게 한이 맺힌 인물들을 모아 복수를 도모한다.
 
태석 일행은 빼어난 외모로 내기바둑장에서 고수인척 연기를 하는 선수(최진혁 분)부터 바둑판의 꽃이라 불리는 배꼽(이시영 분)과 살수에게 조금씩 접근하며, 짜여진 계획에 맞게 상대를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정우성-최진혁 액션 신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이 과정에서 바둑용어인 '패착'(敗着), 행마(行馬), 사활(死活) 등을 적절히 영화 내에 섞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극에 짜임새를 부여해서인지 마치 <타짜>를 연상시키지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또 바둑 사활 문제풀이로 생사를 결정하는 대목으로 바둑이라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영화 후반부는 지략싸움보다 피가 넘치는 액션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선수와 태석의 목숨을 건 냉동창고 바둑 액션신은 긴장감을 높이고 비주얼도 신선하다. 칼을 들고 덤비는 살수 일행과 맨주먹으로 싸우는 태석의 싸움은 주인공이 이길 것이라는 뻔함은 있지만, 쾌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연기도 훌륭하다. 정우성은 여전히 멋있으면서 그 깊이를 더했다. 영화 내에서 변화하는 과정도 신선하며, 바둑고수의 명석함과 싸움고수의 남성미를 모두 뿜어낸다. 또 한 번의 '정우성 신드롬'이 예상된다.
 
이에 맞붙는 이범수는 아우라만으로 간담을 서늘케 한다. 대사가 적고 그저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데 살기가 느껴진다. 무게감에서 정우성과 균형을 이룬다.
 
◇이범수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타짜>의 김혜수를 연상시키는 이시영은 뚜렷한 존재감으로 영화에 또 다른 매력을 부여한다. 섹시하면서도 도도한, 한 편으로는 정이 있는 모습을 다양하게 펼쳐낸다. 드라마보다 영화에 더 어울리는 배우로 여겨진다.
 
최진혁 역시 스크린과 잘 어울린다. 특히 정우성과 1:1 싸움에서의 비중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 연기와 스타성에서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다. 안성기와 안길강은 깊은 내공으로 영화의 무게감을 얹고, 김인권은 <타짜>의 유해진을 연상시키는 행동으로 영화의 숨통이 된다.
 
영화의 엔딩은 <신의 한 수2>의 제작을 예감케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흥미롭겠지만, 캐릭터들과 살수의 설명이 부족한 것을 메우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 같다. 군더더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태석을 제외한 캐릭터들의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쉬움이다.
 
바둑은 고난이도 오락이다. 룰도 어려워 신들의 놀이라고도 불린다. "바둑 잘 두는 놈 중에 경찰에 잡히는 놈 없다", "바둑이 재밌는 이유는 오롯이 두뇌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바둑을 잘 두는 것은 똑똑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머리로만 싸우기 때문에 정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 <신의 한 수>는 바둑을 소재로 택했고, 이를 딱히 흠잡을 곳 없이 풀어냈다. 무더운 여름 영화관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며 2시간을 즐기기엔 충분한 영화다.
 
상영시간 118분. 7월 3일 개봉.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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