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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좋은 친구들', MSG 없는 진짜 느와르
입력 : 2014-07-01 오후 1:25:10
◇<좋은 친구들>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선의를 보이려다 오히려 상대에게 불편함을 안겨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냥한 마음에서 시작된 선의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면 오해를 풀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면 된다. 상처가 생기기 전으로 충분히 돌이킬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좋은 친구들>의 인물들은 회복 불가능한 실수로 인해 생지옥을 경험한다.
 
느와르 장르의 <좋은 친구들>은 모처럼 잔인한 액션이나 과잉된 설정 없이 묵직한 이야기로 승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호연과 불친절함 속에 엿보이는 디테일, 남자들의 진한 이야기의 힘이 장점인 영화다.
 
중학교 시절부터 형제처럼 지내온 세 친구 현태(지성 분), 인철(주지훈 분), 민수(이광수 분)가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누가 봐도 우정이 깊은 세 친구는 하나씩의 결핍을 안고 있다. 그런 것들을 서로가 보듬고 의지하며 산다. 청각장애인 아내를 맞이하다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는 부모와 연을 끊은 현태, 나이롱 환자들을 만들어 보험사를 등쳐먹는 속물 인철, 마음은 곱지만 사회성이 없는 민수는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다.
 
그런 상황에 현태 어머니(이휘향 분)가 인철에게 화재보험을 든 뒤 일부러 오락실에 불을 낸 다음 보험금을 타게 해달라고 제안한다. 돈에 쫓기던 인철은 이를 통해 현태와 현태 부모님을 화해시키고 적당히 돈을 해먹으려고 한다. 혼자서는 힘에 부쳐 민수를 동참시킨다. 하지만 이는 계획과 달리 진행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세 친구는 한 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진다.
 
이후 이야기는 간결하면서도 매끄럽고 묵직하다. 비록 등을 졌지만 부모를 잃은 상심에 범죄자를 찾아나서는 현태, 자신이 지은 죄를 자책하면서도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인철, 죄책감에 허덕이는 민수를 통해 묵직한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 과정에서 범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었던 인철이 수상한 행동을 보이자 현태는 그를 의심한다.
 
◇지성-주지훈-이광수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 덕에 빛을 발한다. 전작 <결혼전야>에서 힘을 발휘했던 주지훈은 껄렁껄렁하면서 허세로 무장한 인철을 완벽히 표현한다. 특히 시체 안치실 장면은 주지훈의 역량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압권이다. 이 영화를 통해 스타성과 연기력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다.
 
예능 <런닝맨>을 통해 웃기는 이미지를 가진 이광수는 <좋은 친구들>을 통해 연기자의 역량을 증명한다. 어리숙하고 다소 모자라 보이는 민수가 사건을 겪으면서 죄책감에 허덕이는 감정선을 적절히 표현한다. 감정의 과잉이 있을 수 있는 장면에서 적절히 절제를 해 어색함이 없다. 민수의 눈물에 관객들도 울컥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두 사람이 돋보이는 이유는 지성이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로열 패밀리>에서는 염정아, <비밀>에서 황정음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듯이 이 작품에서는 주지훈과 이광수를 살려낸다. 감정표현에는 서툴지만 착하고 굳건한 이미지의 현태를 군더더기 없이 소화한다. 이따금씩 잡히는 지성의 클로즈업은 스크린을 압도한다. 중심을 잡아주는 지성이 아니었다면 호평받는 주지훈도 이광수도 없었다.
 
단편영화 <우리, 여행자들>, <이웃>으로 재능을 발휘한 이도윤 감독은 첫 상업영화 입봉작으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유행처럼 번져버린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자극적인 설정, 화려한 액션을 거두절미하고 묵묵히 배우들을 통해 이야기로만 승부한다.
 
아이폰을 쓰는 인철과 2G폰을 쓰는 현태, 인철을 쫓아다니는 술집 여자 지향(장희진 분)의 청소 습관 등의 소소한 내용을 영화의 줄기에 자연스럽게 집어넣는다. 꼼꼼한 디테일이 엿보이고, 쓸데없이 낭비하는 장면이 없다. 세심한 디테일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불친절함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좋은 친구들>은 또 하나의 뛰어난 감독 탄생을 예고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부산이 배경인 이 영화는 사투리 등 지역 색깔을 전혀 없애고 인물간의 관계에만 집중한다. <친구>나 <깡철이> 등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영화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락실에 화재를 내는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돌변하는 현태 어머니의 감정선에 설득력이 부족한 지점이나, 지성의 고뇌를 통해 열린 결말을 유도한 엔딩은 애매하다. 좀 더 비극을 뚜렷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욱 풍부한 영화다.
 
"영화를 보고 소주 한 잔 생각나면 좋겠다"는 주지훈의 말처럼 영화는 소주를 땡기게 한다. 그렇기에 이성친구보다는 동성친구들과 함께 보기는 것을 제안한다. 좋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과거의 우정을 술안주 삼는 것도 좋아보인다. 간만에 MSG 없는 느와르 물이 나온 것 같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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