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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는 어떻게 거대로봇을 제압했나
입력 : 2014-07-08 오후 6:18:00
◇<신의 한 수>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박빙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이겨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기뻐서 박스오피스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했죠."
 
들뜬 목소리였다. 영화 <신의 한 수> 관계자의 말이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아마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약 45억원 정도가 투입된 <신의 한 수>가 할리우드 거대자본으로 만들어진 <트랜스포머:사라진시대>(이하 <트포4>)를 개봉 일주일 만에 꺾을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테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의 한 수>는 지난 7일 하루동안 15만 7487명을 동원했다. 반면 꾸준히 10만 관객 이상을 기록하던 <트포4>는 같은 기간 7만 256명을 동원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3편에 걸쳐 2250만 이상의 관객수를 동원한 인기 시리즈물이다. "<트랜스포머>는 걸면 본다"는 말이 돌 정도다. 이번에도 역시 국내 영화관을 장악할 것으로 보였다. 첫 주 주말에만 200만 이상을 동원하면서 강력한 힘을 드러낸 <트포4>였다. 하지만 <신의 한 수>와 맞붙은 뒤 일주일 만에 기세가 꺾였다.
 
<신의 한 수>는 어떻게 거대로봇이 즐비한 <트포4>를 제압할 수 있었을까. 바둑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액션의 적절한 조화, 정우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탄탄한 스토리와 이를 풀어나가는 재치있는 구성 등이 스케일로만 무장한 <트포4>를 무찔렀다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신의 한 수>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정적인 바둑과 화려한 액션의 조화
 
이 영화는 바둑을 소재로 한다. 웹툰 <미생>이 바둑과 직장생활을 연결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것은 웹툰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시각이 많았다. 정적인 두뇌싸움을 하는 바둑은 영화의 소재로 쓰기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신의 한 수>는 제목대로 바둑을 사용하는 과감한 수를 뒀다. 바둑에 내기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첨가했고, 여기에 칼부림을 통한 화려한 액션을 가미했다. 이는 신선한 것을 원하는 관객의 요구에 적중했다.
 
여기에 패착(敗着), 행마(行馬), 사활(死活)과 같은 바둑 용어를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와 적절히 연결시켜 몰입도를 높였다. 바둑을 단순한 소재가 아닌 이야기를 이끄는 구심점으로 이용한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뿐 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액션배우라 불릴 정도로 완벽한 액션을 선보이는 정우성, 팔을 잘린 부위에 흉기를 달아 살수의 패거리와 싸우는 허목수 역의 안길강, 아우라만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이범수의 날렵한 액션은 오락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특히 영화 중반에서 태석(정우성 분)과 선수(최진혁 분)의 냉동창고 장면이나, 영화 말미 태석(정우성 분)과 살수(이범수 분)의 액션장면은 비슷한 구성을 보인 <타짜>와 차별점을 두는 대목이다. <신의 한 수>만의 색깔을 분명히 한다. 이는 <타짜>의 아류라는 지적을 탈피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이다.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정적인 바둑과 액션의 조화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보인다. 전혀 색이 다른 두 축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오락영화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정우성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진화한 정우성
 
약 20년 전 영화 <비트> 때부터 정우성은 10대들의 로망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모델을 연상시키는 몸매, 저음의 보이스, 액션 신에서의 화려한 몸놀림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내공을 쌓은 그는 <똥개>와는 다른 모습으로 망가졌다. 형을 잃기 전 태석은 덥수룩한 수염에 느릿한 말투 등의 태석은 다소 어리바리한 모습이었다. 이후 내기바둑에서 패배한 뒤 울며불며 무릎을 꿇고 살수에게 비는 모습은 기존의 정우성과 다른 지점이었다.
 
교도소에서 복수심을 키운 뒤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꽤나 자연스러웠다. 정우성은 이렇듯 전혀 다른 두 색깔의 태석을 거부감 없는 인물로 만들어냈다.
 
자신의 장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바둑을 둘 때의 태석은 진중한 이미지를 입혀 무게감을 줬고, 액션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다. 이시영과 대면신에서의 감정선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웠다.
 
<신의 한 수>의 전체를 아우른 정우성의 모습은 기존보다 진화한 대목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45억이라는 크지 않은 예산임에도 정우성은 적극적으로 작품에 출연하려고 했다고 한다. 정우성에게 있어 그 적극성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신의 한 수> 스틸 모음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고유한 색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영화는 정우성 역할의 태석을 중심으로 이어지지만 그 뒤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태석을 받쳤다. 
 
손보다 말이 빠른 꽁수 역의 김인권, 맹인임에도 뛰어난 수를 자랑하는 주님 역의 안성기, 무게감 있는 허목수 역의 안길강, <타짜>의 정마담 김혜수를 연상시키는 이시영, 태석과 1대1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은 선수 역의 최진혁, 태석의 반대편에서 한 축을 맡은 이범수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고유한 색을 냈다.
 
영화는 다양한 인물군의 관계와 과거 사연을 대사와 회상 등을 통해 적절히 설명했다. 이는 관객들이 이들의 행동이나 대사를 이해하는데 불편함을 없앴다. 또 각각의 특성을 절묘하게 표현해 캐릭터의 색을 뚜렷하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 인물의 색은 탄탄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기초를 했고, '스토리가 없다'는 <트포4>를 꺾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더불어 이범수, 이시영, 안길강, 김인권, 최진혁 등 대부분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작품의 완성도에 큰 도움을 줬다. 아울러 비중이 다소 작은 왕사범 역의 이도경, 아다리 역의 정해균, 량량 역의 아역배우 안서현 등도 존재감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액션, 배우들의 호연과 재치있는 구성, 탄탄한 스토리라는 장점이 있는 <신의 한 수>는 오는 10일 개봉하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하 <혹성2>)과도 맞붙는다.
 
하반기 한국영화의 대표로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신의 한 수>가 올해 외화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혹성2>와 싸움에서도 보기 좋은 한 수를 둘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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