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어요. 감정 연기를 한 부분이 거의 다 편집됐어요. 연기하면서 이미 편집될 거라 느꼈지. 더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이)병헌이 형 같은 사람들은 31살 이럴 때 이미 연기를 엄청나게 했다고. 그런데 나는 그 정도에 못 미치는 것 같아. 그래도 16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 이정도 미션은 해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많이 아쉬워요."
지난달 30일 신사동 한 선술집에서 열린 영화 <좋은 친구들> 미디어데이에서 배우 지성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할 때의 표정은 많이 굳어있었다. 아쉬움이 많이 섞여있었다. 기대만큼 연기를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본 기자들은 이 말에 동감하지 못했다. <좋은 친구들>에서 지성이 연기를 못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려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맞다. 나는 내 자신에게 좀 가혹한 편이다"고 대답하는 지성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었다.
<좋은 친구들>에서 지성이 맡은 역할은 소방관 현태다. 성인 오락실을 영업하는 부모님과 사이가 틀어졌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맏형 같은 느낌으로 늘 친구들을 배려하는 인물이다.
극중 현태는 말수도 없고 차분하다.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와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범인이라 여긴 인물을 찾아나설 때 열심히 달리는 장면 말고는 감정신이 없다. 현태를 맡은 지성은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중심을 잡았다. 그가 있었기에 인철 역을 맡은 주지훈과 민수 역을 맡은 이광수가 돋보일 수 있었다.
영화를 본 기자들은 주지훈과 이광수의 연기력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아울러 주지훈과 이광수의 뛰어난 연기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지성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지성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출을 맡은 이도윤 감독은 "지성이 맡은 현태는 시소로 치면 축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양쪽에 주지훈과 이광수가 있으면 그 중심을 잡고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누가봐도 주지훈과 이광수가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잘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연기를 한 사람은 지성이라고 생각한다. 내지르고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어쩌면 쉽다. 감정을 꾹 누르고 절제하는 게 더 어려운 연기다. 지성은 그 연기를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다.
지성에 대해서 평가하는 이도윤 감독의 말에는 진정 고마움이 묻어있었다. 주지훈 역시 지성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주지훈은 "형의 연륜이 연기에 그대로 묻어났다고 본다. (지)성이 형이 제일 굵고 단단한 중심을 잘 잡아줘서 나나 광수가 편하게 놀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형이 오히려 우리한테 분위기를 맞춰서 편하게 해줬다. 형에 대한 고마움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지성은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를 하는데 탁월한 배우다.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는 한지훈 역을 통해 김인숙(염정아 분)이 빛날 수 있는데 도움을 줬고, KBS2 <비밀>에서 황정음이 호평을 받는 데 공헌했다. 절제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어려운 연기를 하는데 재능이 있다.
뿐만 아니라 SBS <보스를 지켜라>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최강희 옆에서 공황장애를 겪는 재벌2세 차지헌을 통해 감정표현의 낙폭이 큰 연기도 충분히 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도윤 감독은 "자신에게 쉽게 만족을 하는 사람도 발전이 없지만, 지성처럼 너무 가혹한 것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이 발언은 지성이 조금은 자신에게 관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다.
16년간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펼쳐보인 지성. 단언컨대 지성은 훌륭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