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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군도' 강동원, 윤종빈 감독의 새 페르소나
입력 : 2014-07-15 오후 5:07:25
◇<군도:민란의 시대>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늘 하정우가 곁에 있었다. 군대 내무생활을 리얼하게 구현한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윤종빈 감독은 허세 가득한 병장으로 하정우를 돋보이게 했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가볍고 양아치 기질이 다분한 하정우를 날뛰게 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가벼운 최민식을 중심으로 무겁고 강한 카리스마의 하정우를 탄생시켰다.
 
최동훈 감독하면 김윤석이, 봉준호 감독하면 송강호가 떠오르듯이 윤종빈 감독에게는 하정우가 페르소나였다. 그렇게 하정우를 에이스로 활용해왔던 윤 감독이 이번에는 강동원을 훨훨 날게 했다. 윤 감독의 차기작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강동원이 페르소나다.
 
◇강동원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영화는 말달리는 의적 군도 추설의 모습으로 출발한다. 조선시대 말기 철종 13년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의적들이 대부호들을 소탕한다. 소와 돼지를 잡는 18세 백정 돌무치(하정우 분)는 멀리서 추설을 동경한다.
 
그런 와중에 대부호 조대감의 아들 조윤(강동원 분)으로부터 한 여인을 살해하라는 부탁을 받는다. 순수하고 순진함이 있는지라 차마 칼을 들지 못하자, 조윤은 백정의 가족을 몰살한다. 한을 품은 백정은 추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사담당자인 땡추(이경영 분)의 제의로 추설에 합류, 도치라는 이름을 얻는다. 도치는 추설의 에이스가 되고 조윤과 맞서게된다.
 
도치와 조윤의 맞대결 구도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추설과 조윤의 대치다. 집단과 개인의 싸움인지라, 감독은 조윤의 힘을 더욱 강하게 키운다. 잔인하고 악랄하지만 돈이 많고, 잘생겼다. 게다가 지략도 뛰어나고 긴 팔다리에서 나오는 검술은 국내 영화 중 최강이다. 거기에다 미워할 수만은 없는 과거를 바탕으로 깔아 완벽한 악역을 구현한다.
 
강동원의 고운 얼굴도 클로즈업을 통해 적재적소로 활용된다. 그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마다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머리가 풀어헤쳐지는 장면에서는 언론시사회에서 듣기 힘든 큰 탄성이 터져나왔다. "인터넷 게시판을 집어삼킬 강력한 짤방"이라는 평가가 돈다. 윤 감독은 강동원을 통해 아름다운 악역을 만들었다.
 
연기도 출중하다. 특히 후반부 감정이 터져나오는 장면에서는 울컥하게 한다. 왜 그가 악행을 저지르는지에 대해 공감이 간다.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 감독은 강동원을 100% 활용한다.
 
◇하정우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강동원의 잔상이 깊게 남기는 하지만, 영화는 그 뿐이 아니다. 하정우는 또 다른 커리어를 쌓았다. 1인 2역과 같은 돌무치와 도치의 경계선을 정확히 찾아내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무거움을 간직했지만, 코믹하다. 웃긴 모습의 하정우는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이후로 오랜만이다. "나보다는 영화의 전체를 위했다"는 하정우의 말이 공감된다. 존재감을 보이면서도 중심을 잡는다.
 
두 사람 외에 눈에 띄는 배우는 이성민과 윤지혜다. 이성민이 연기한 노사장은 감독의 주제의식이 담긴 대사를 던진다. 비장한 표정으로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핍박하고 가진자가 가지지 않은 자를 착취하는 세상"이라고 말할때는 심장이 뜨거워진다. 크지 않은 분량임에도 자신을 빛내는 배우다.
 
홍일점 윤지혜는 명궁 마향으로 등장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여인으로, 모성애도 갖추었다. 액션도 뛰어날 뿐더러 감정신에서도 역량을 드러낸다. <군도>가 낳은 신예 스타다.
 
◇이성민-윤지혜-마동석-김성균-조진웅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액션 연기없는 지략가 태기 역의 조진웅,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땡추 이경영, 날렵한 몸짓으로 영화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담당한 속공 금산 역의 김재영, 천보를 맡아 묵직한 연기를 선보인 마동석, 매번 조윤에 수탈당하는 민초 장씨 김성균까지, 영화에는 뛰어난 연기자들이 넘친다. 풍성하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윤 감독의 감각도 돋보인다. 특히 엄청나게 긴 서사를 고전에서의 나레이션 기법으로 빠르게 풀어낸 구성은 '신의 한 수'다. 오락영화를 표방했기 때문에 유머가 곳곳에 깔려있다. 반전의 타이밍에 웨스턴 무비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음악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웨스턴 무비와 사극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윤 감독의 재능은 확실히 뛰어나다.
 
1800년대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현시대를 관통한다. 극에서 보여지는 약육강식의 모습은 요즘의 대한민국을 보는 것 같다. 후반부에는 묵직함이 전달된다. 전작에서 사회의 이면을 노골적으로 파헤친 그의 장점이 여기서도 빛난다.
 
초호화 캐스팅은 적절한 조화로 균형을 맞췄고, 맞대결을 펼치는 두 주인공은 아름답고 뜨겁다. 그래서 멋지다. 아쉬운 캐릭터가 하나 없다. 구성은 신선하고, 웃음은 지뢰밭처럼 터진다. 그러면서 사회상을 비춘다. 엔딩도 호쾌하다. 비록 중반부 '길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전체를 좌우할만큼의 단점은 아니다. "올해 나온 한국 영화중 최고"라는 평이 가장 적합하다.
 
상영시간 137분. 23일 개봉.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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