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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유사광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 2015-06-11 오전 11:23:11
전통적인 매스미디어 광고는 죽었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형식’이라 했던 광고만 살아 있을 뿐이다.
 
‘제품 판매수단’으로서의 광고가 죽어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쉽게 광고를 회피할 수 있게 되면서다. TV 광고가 나오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고, 녹화된 프로그램을 볼 때는 쉽게 광고를 건너뛰어 버린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자 광고를 사전에 제거하는 기법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광고는 콘텐츠를 보려는 소비자에게 방해물로 전락한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예전에 비해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전통적 광고의 효과는 감소했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은 소비자들이 피하기 힘들거나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광고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며, 현재 국내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간접광고라고도 불리는 PPL(product placement)이다.
 
PPL은 방송사나 제작사에 제작비나 제품 등을 협찬해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광고기법으로, 국내 방송에서는 2010년 이후 합법적으로 허용됐다. 기존 광고와 달리 프로그램 내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므로 주목 효과가 크다는 점이 PPL의 장점이다. 특히 프로그램 속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자신도 구입하게 되면, 소비자는 스스로 해당 연예인과 비슷해진다고 여기게 된다.
 
기업은 PPL을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의 광고 회피를 줄여 브랜드 노출을 증가시키고, 매출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방송사나 제작사도 제작비를 줄일 수 있어 PPL은 기업과 미디어가 상생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PPL에 대한 반감도 늘어나고 있다. 우선 방송의 흐름과 무관하게 노골적으로 제품을 소개한다는 비판이 있다. 자동건조기를 홍보하기 위해 아역들이 신발을 일부러 물에 적시고 아버지가 말려주는 한 드라마의 장면은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재벌이나 상류층 위주의 프로그램을 확대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PPL은 주로 고가의 제품들을 위주로 실시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방송에서는 서민 프로그램 보다 광고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재벌이나 상류층 위주의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이는 결국 과소비를 조장하고 물질주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야기시킨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PPL을 통해 미디어는 재정의 도움을 받고, 소비자는 광고나 PPL로 인해 무료로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때문이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미디어와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자니 PPL을 포함한 유사광고의 증가는 소비자를 오도시킬 수 있다. 예컨대 광고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실제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를 우수한 것으로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규제를 앞세우면, 미디어는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수요창출을 위해 또 새로운 광고 기법을 찾을 것이다.
 
결국 모든 당사자들을 만족시키는 ‘전가의 보도’는 없다. 미디어, 기업, 소비자, 학계 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논의해야만 한다.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김요한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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