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터미널이나 역 주변에도 ‘지속가능한 여행(관광)’, ‘지속가능한 발전을 여는 00시’와 같은 광고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갈등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환경’과 ‘발전’을 조화시켜나갈 여지가 있다는 ‘발전’과 ‘환경’의 결합은 1972년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브룬트란트 보고서(1987)'가 주요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연계시켜 지구 차원의 ‘지속가능발전’을 제기했다.
사실,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지속가능발전으로 정의한 ‘브룬트란트 공식’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확장과 더불어 그 용어를 사용하는 데도 애매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일명 리우회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UNCSD, 일명 리우+20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이행 수단과 새로운 정치적 합의에 대한 결정은 후속 과정으로” 미뤘다거나 “선진국의 과거와 현재의 생태 부채나 사회 정의와 환경 정의를 언급하지 않았다”거나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에만 중점을 두었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개념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다는 것이 이로울 수도 있다는 반론도 경청할 만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환경’과 ‘발전’을 조화시키기 위한 풍부한 논의를 진행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용어상의 모호함이 때론 창조적인 사고와 실천, 무엇보다 다양한 행위자 간 이해 조정과 통합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정부(지방정부)와 기업의 지속가능발전 노력은 종종 비용-효율성 계산에 따른 위기관리 접근법으로 NGO의 지속가능발전 노력은 가치와 철학적 접근법, 즉, 열정의 문제인 도덕적 선택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을 실현은 혁신적인 정부의 전략과 시민사회의 이니셔티브의 조화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갈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규범적인 차원과 경험적인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 현재는 지속가능발전을 발전의 특정 경로라기보다는 권한을 부여하는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래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발전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게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지속가능발전은 빈곤과 착취의 제거, 지구자원의 공평한 배분, 현재와 같은 형태의 군비지출 종식, 새로운 방식의 적정한 인구통제, 생활양식의 변화, 적절한 기술, 그리고 민주화를 포함한 제도 변화 등이 녹아들어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유대가 강해질수록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관리체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지속가능발전은 다양한 산출물만큼이나 다양한 과정에 대한 것이었고, 국가-지방정부에 유용한 접근법을 제공해왔다. 일례로 국제협력네트워크의 기후변화와 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지속가능발전 의제는 여러 국가와 지방의 환경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정권에서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 아이템들을 접목하려는 ‘녹색 성장’이 등장하였지만, 국제사회에서 공유된 가치인 지속가능발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국제 협력 프로젝트는 지방 지속가능성 과정을 획일화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방식이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에 추진 틀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공유된 경험과 윤리, 상호 교환에 근거한 협력 관계, 나라와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장기적 계획 수립과 실천에는 결함이 있다.
지속가능발전은 지리적 초점, 자연, 정책과 부문의 통합, 기술, 제도, 정책 수단과 도구, 재분배,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 철학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과정을 고려한 창조적 적용과 재구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각 사회집단의 참여이다. 지속가능발전은 경제와 환경, 문화와 사회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통합적 발전 전략이므로 각국 정부(지방정부)가 시민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원칙으로는 세대 간 형평성, 삶의 질 향상, 사회적 통합, 그리고 지구촌 구성원의 책임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이러한 모든 정책 목표들을 한꺼번에 실현할 수는 없지만 경제·사회·생태 환경을 토대로 하여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발전에 사회적·정치적 의의를 부여한다면, 그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따지는 무모한 논쟁에서 벗어나 현재의 과정과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묻고 실천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모호한 개념’일 수도 있지만, 지역적인 접근법을 통해 생태학적 지속불가능성을 갖는 불안한 미래에 대응하는 진정한 변화의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의미부여한 지속가능발전은 변화의 역동성에 민감한 반응성, 다양한 이해관계의 포용성,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효율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적 능력을 포함한다.
이창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