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사회책임)‘지속가능 사회’ 찾아나선 ‘청소년 공익탐험대’
이화여자외고 지속가능동아리 ‘세임(SAME)’ 이주영·신유민 양
입력 : 2015-10-08 오전 6:00:00
“지속가능한 사회란 표현 그 자체에 청소년의 역할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은 이런저런 사회적 여건상 대학생이 되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대학생 이후’와 ‘대학생 이전’이 모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든다고 믿어요.”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지속가능 동아리 ‘세임(SAME)’을 만든 이주영 양(18ㆍ독어과 3년)은 여고생다운 수줍음 속에서도 다부지게 지속가능사회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뚜렷하게 인식하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지속가능성이란 용어에 세대의 문제와 인식의 문제가 함께 들어 있음을 직관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국내 유일의 지속가능 동아리로 ‘추정’되는 세임은 주영 양과 신유민 양(18ㆍ독어과 3년)이 2학년 때인 2014년에 둘이 합심해서 만들었다.
 
주영 양과 유민 양이 각각 부장과 차장을 맡아 1학년 후배들을 모집해 기틀을 잡았고, 현재는 2기가 활동 중이다. 세임(SAME)은 “Sustainability Activities Managed by Ewha’의 약자로 유민 양의 작명이다. 유민 양은 “지속가능사회라는 가치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이화인들의 모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모인 동아리”라고 설명했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동아리 세임의 신유민 양(왼쪽)과 이주영 양
 
이들이 특목고나 자사고는 물론 일반고에서도 낯선 ‘지속가능 동아리’에 착안한 데는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다. 주영 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3년 5월에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주최로 경희대에서 열린 ‘지속가능 경제캠프’에 참여했다.
 
캠프에서 다룬 지속가능발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회적기업 등의 개념이 어렵고 낯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명실상부한 세계시민이 되었다는 역설이 특별히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가장 쉬웠던 강의는 사회적기업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육성한 청년들이 살아 있는 체험담을 들려주어 저절로 몰입이 되었다. “돈도 벌고 세상도 구한다.”는 설명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캠프가 끝나면서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에서 사회적기업을 취재할 청소년 기자단을 모집하자 이 때문에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착하고 효율적인 세상’에 대한 천진한 기대는 곧바로 좌절에 직면하게 된다.
 
“청소년 기자단 활동이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에서 발간하는 웹진에 사회적기업을 소개하는 것이었어요. 마침 집 근처에 염두에 둔 곳이 있었죠. 언론에도 보도되어 있어서 믿을 수 있겠다 싶었죠. 기사를 중심으로 사전조사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에 출동했어요. 그런데….”
 
막상 취재를 나가보니 언론에 나온 유명한 사회적기업인데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그 회사가 문을 닫은 형편이었던 것. 감동과 현실의 괴리를 겪으며 낙담하고 있던 차에 이번에는 외국어고의 특성을 살려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의 사회적기업’을 다룬 국제기사를 번역해 국내에서 소개하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고 이를 수용해 사회적기업 외신번역 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된다.
 
국내 사회적기업은 도입 초창기라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반면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오래 된 외국에는 모범사례가 많았다. 주영 양에게 해외언론에 소개된 사회적기업 관련 보도를 번역하는 활동도 충분히 ‘감동’에 값하는 것이었다. 학교 친구들에게 이 활동의 가치를 설명하고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이화외고 독어반 동급생 5명이 함께 외신번역 기자단으로 활동했다.
 
이듬해에는 주양 양이 소속된 봉사회 후배들에게 이 활동을 권하게 되었고, 기자단 활동 이외에 이화외고 학생들만의 독자적인 활동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감동’ 이후 1년쯤 지나 기자단을 같이한 유민 양과 뜻을 모아 이화외고만의 지속가능 동아리, 즉 세임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청소년이 주도하는 지속가능 동아리라는 세임 발족에 응당 적지 않은 의의가 있지만 사실 발족에 이르는 1년 남짓한 기간에 펼쳐진 한 여고생의 소소한 노력에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노력은 고3때까지 이어진다.
 
세임은 이후 사회적기업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시야를 넓혀 청소년 공익 기자단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외신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사회책임, 환경, 교육, 빈곤, 여성 문제 등 지속가능 전반에 걸친 공익 기사를 찾아서 번역하고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웹진(www.baram.news)에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인문고전 도서를 해설하는 팟캐스트를 제작하여 소개하는 등 세임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유민 양과 주영 양에게 세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4년 9월 교내에서 개최한 ‘사회적기업 탐구 공개 세미나’.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비전을 교내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기획한 이 세미나는 성공한 외국 사회적기업 중에서 청소년을 위하여 사업을 벌이는 사례를 조사해 발표했다. 한 학기 동안 개별조사와 토의를 반복한 끝에 자료집을 만들어 마침내 전 학년을 대상으로 공개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교내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사회적 기업 탐구 공개 세미나’는 올 연말 2회 세미나 개최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주영 양은 “친구들이 재미없는 주제로 생각해서 관심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100명이 넘는 친구들이 모여 너무 기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세임 활동에서 여러 가지 보람을 느꼈지만 특히 세미나 후에 저희가 소개한 사회적기업 ‘탐즈 슈즈’의 신발을 산 친구를 봤을 때 가장 생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유민ㆍ주영 양은 입을 모았다. 장래 희망으로 교사와 언론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두 사람은 고등학교의 경험이 성인기에도 이어져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KSRN 유혜림ㆍ이한아기자(www.ksrn.org)
손정협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