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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파리협약의 신기후변화체제는 에너지혁명 요구
파리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 이후 국가, 기업, 시민사회의 역할
입력 : 2016-01-24 오후 12:47:19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화석시대의 점진적 종언 합의'로 평가 받은 파리총회를 마친 지 1개월이 넘었다. 올 4월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세계 온실가스의 55% 이상을 배출하는 55개국 이상이 조인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섭씨 2°C 이하로 제한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시점을 앞당기고 강화하며, 2018년 이후부터 감축약속 이행 여부를 5년마다 점검하고, 2020년부터 선진국은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개도국의 온실가스 저감에 보조한다는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이 발효된다.
 
협약전문은 SDGs(지속가능발전목표)가 투영된 인류 공동의 염원을 담고 있어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뤘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속력과 수단이 미비하여 남겨진 과제가 산더미다. 법적 구속력을 강제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상원 비준을 피하려는 오바마의 작품이고 시진핑의 동조로 가능했다. 인류가 소망하는 미래와 당장의 이익이 시급한 국가·기업 간 괴리를 인정하면서, 모두의 공동자산인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각각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몇 가지만 짚어 본다.
 
먼저 국가는 진정성 있는 감축목표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파리협정에 따르면 각국은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만 제출할 뿐 목표 미달성에 대한 제재가 없어 효용성이 의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은 2030년 배출전망치인 8억5060만t 중 37%를 감축하여 5억3600만t을 배출하겠다고 선언하였는데 내용은 국내에서 25.7%(2억1860만t)만 감축, 해외에서 11.3%(9600만t) 구입하여 감축분을 대체한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진정한 탄소감축이 아닌 편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의 37% 감축은 1990년과 대비하면 81% 증가라고 꼬집었다. 기준년도를 1990년도로 하는 EU 기준으로 보면 감축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편법이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30년까지 2005년 1인당 GDP 대비 60~65% 감축하겠다는 중국의 목표는 설정단계에서 이미 20%를 낮춘 후 산정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EU 중심의 교토의정서와 달리 이번 파리협약은 G2가 주도하였다. 미국은 축적된 에너지기술을 기반으로 관련설비 수출을 독점하여 새로운 제조업 기반을 육성하고 탄소배출권거래 파생상품 시장을 장악하여 EU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실업률 하락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중국은 IMF 특별인출권(SDR) 및 태양광산업의 우위를 활용하여 신시장 경제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규모를 늘리면서 세계의 공장을 유지하려 한다.
 
더불어 파리협약에 따른 신기후변화체제에서 주요 국가들이 에너지혁명을 기반으로 신산업패러다임을 구축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도 기술적 상대우위를 시급히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16조5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에너지, 건축, 교통, 산업 등 모든 분야가 저탄소 고효율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므로 한국 기업들이 R&D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큰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연말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에서 세계 정상들이 협약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푸른아시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더욱 중요하다. 소비자는 당장 기업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집중한다. 2015년 6월 CONE COMMUNICATIONS/EBIQUITY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인도, 브라질, 캐나다 등 9개국에서 실시한 'CSR에 대한 소비자관여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중복)가 사회와 환경에 유익한 물건을 구매하였고, 53%는 사회에 무책임한 기업의 물건은 구매와 소비를 거부하였다. 기업이 CSR에 충실한지를 주제로 지인과 담소하는 비율도 47%에 달해 기업의 행동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관심사가 됐는지 알 수 있다.
 
2조9000억t의 탄소가 배출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2°C 상승하는데 이미 우리는 1조t 이상을 배출했다. 갈수록 스마트해지는 소비자가 2°C 상승의 재앙을 인지하지 못할 리가 없고 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을 리가 없다. 따라서 기업의 진정한 CSR은 R&D만큼이나 중요해졌다.
 
기업은 보유한 능력과 기술로 국내에서 이익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지만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글로벌한 사회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대응 및 적응에 헌신하는 단체에 후원을 확대하면서 함께 행동할 수 있고, 최빈개도국에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면서 탄소저감에 기여하고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상쇄배출권까지 확보함으로써 UN의 SDGs 및 ISO26000의 목적에 충실한 국제CSR을 수행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의 CSR은 9600만t의 배출권을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최소비용 최대효과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One Source Multi Use가 될 것이다.
 
국가와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건강한 견제 또한 중요하다. IEA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1인당 석탄사용량(tce. 석탄환산톤)은 중국(2.07tce)과 미국(1.93tce) 보다 높은 2.29tce으로 세계 5위다. 이는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이며 EU 평균의 3배가 넘는다. 한국은 과도한 석탄사용과 낮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1% 미만)으로 OECD에서 ‘기후변화 낙제생’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정부는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9%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도 2023년까지 8~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축하겠다는 이중행태를 보인다. 국내 온실가스의 80%가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탄에 의해 발생한 CO₂임을 안다면,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가 2020년에 1조달러(1181조원) 이상임을 인지한다면 이러한 혼란이 있을까 싶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관련 산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으나 정부의 단견과 전략부재, 시민사회의 미성숙 탓도 크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정부의 혼선을 바로잡아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산업의 발전을 앞당기고, 파리총회 기조연설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을 100조원 규모로 키우고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박대통령의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서 일상에서의 탄소감축을 실천해야겠다.
 
시민사회의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얼마 전 '지갑 속 투표용지, 착한소비의 미래'라는 방송보도에서 투표로 정치적 결정을 내리듯이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기업의 행위를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 상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상품이 친환경적인지 여부를 알려주는 앱의 등장은 누구든 어디에서든 기업평가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지역과 경계를 넘어서는 시민사회의 연대는 지금보다 더욱 강화되고, 좁게는 기업과 국가를, 넓게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 이르기까지 ‘감시의 눈’을 감지 말아야 할 시대이다. 변화의 격랑이 다가 오는 시기에 어느 국가, 기업, 사회도 신기후체제에서 냉정한 성적표를 받아야 할 숙명을 피할 수는 없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전문위원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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