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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동반성장지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약효 있나
대기업측 “획일적 기준으로 줄세우기” 선정방식 불만족
입력 : 2016-03-07 오전 6:01:00
‘상생법’의 정식 명칭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총칙에서 규정한 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를 통한 동반성장을 달성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함을 목적’으로 한다. 상생법은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의 설립을 규정하고, 동반위의 활동으로 동반성장지수의 산정 등을 명시했다.
 
‘최우수’ 대기업이 ‘갑질’로 과징금… 회의적 시각도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별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화한 지표를 정기적으로 산정·공표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제도다. 동반성장지수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량평가와 동반위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성평가가 같은 비율로 합산된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공정거래 및 공정거래 협약 실적’을 평가하며, 하도급법 위반이나, 임직원 비리처럼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위는 감점처리 된다. 동반위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도’ 평가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위반과 같은 행위는 역시 감점 항목이다.
 
동반성장지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등급에 따라 혜택이 주어진다. ‘최우수’ 등급 또는 ‘우수’ 등급을 받을 경우, 공정위 직권조사의 각각 2년, 1년 면제를 포함, 기획재정부(조달청)·법무부·국세청·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받는다. 또한, 동반성장은 사회책임경영과 맥을 같이 하는 만큼,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도 보탬이 된다. 실제로 동반성장지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적확하게 담아내는지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평가를 받은 대기업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2011~12년의 동반성장지수는 ‘우수-양호-보통-개선’의 4등급 체계였지만, 2013년부터 ‘최우수-우수-양호-보통’으로 명칭이 미묘하게 바뀌며, 동반위가 평가대상인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반성장지수를 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각은 갈린다. 대기업 측은 기업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에 의한 줄 세우기라고 여기며, 평가대상 기업 중 대부분은 현행 지수 산정 방식에 만족하지 못한다. 반면 중소기업 측은 대기업을 동반성장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며, 보완을 통한 제도의 정착을 기대한다. 동반성장지수의 미비함을 인정하더라도, 최근 5년 사이에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꾸린 대기업의 수는 3배 이상 늘어난 점(25개사→78개사)은 주목할 만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대 자율협약
동반위는 지난달 23일 제39차 회의에서, 올해 2월 말에 권고기간이 종료되는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자동판매기 운영업·자전거 소매업·중고자동차판매업·제과점업·플라스틱 봉투·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등 7개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자제·확장자제 권고기간 연장과, 가정용 가스연료 소매업에 대한 시장감시 권고기간 연장을 가결했다. 동반위는 자본역량의 차이가 분명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균형과 상생을 위해, 지난 2011년 특정 업종에서 3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막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도입했다. 적합업종은 업계의 신청에 따라, 제도운영 효율성·중소기업 적합성·부정적 효과방지·중소기업 경쟁력 등을 기준으로 실태조사와 심의 및 합의를 거쳐 결정되며, 또한 업계는 적합업종 신청을 자진철회할 수도 있다.
 
적합업종 역시 동반성장지수와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이 갈린다. 대기업 측은 업계에서 대기업을 밀어내고, 시장규모를 축소하며, 오히려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가속한다며 제도의 축소·완화를 주장한다. 반면 중소기업 측은 적합업종 제도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치므로 실효성이 약하다고 지적하며, 일각에서는 지난 2006년에 폐지한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부활, 나아가 동반위의 폐지를 주장하는 실정이다.
 
최근 적합업종과 관련해 진통을 겪는 분야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ng: 사무용품, 공구, 전산용품 등의 소모성자재를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대기업의 사업 확대·진출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MRO는 2011년에 적합업종으로 합의됐다. 지난 2014년, 권고기간 만료에 따라 동반위는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며 상생협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서브원(LG계열사)은 시장의 선택권 침해,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국내 MRO 산업의 성장 정체, 그리고 외국계 기업의 시장 진입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상생협약 체결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행복나래(SK)·엔투비(포스코)·KT커머스(KT) 등의 기업은 상생협약에 동참했지만, 중소기업 측은 업계 1위인 서브원이 빠진 협약은 실속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삼성그룹에서 인터파크로 매각돼 이전 가이드라인의 규제를 받지 않으며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한 업계 2위 아이마켓코리아가 상생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채 존중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점 역시 상생협약의 실효성을 약화하는 부분이다. 동반위는 지난달 23일 회의에서 서브원에 상생협약 동참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로 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6년 차…필요한 고민과 논의
대기업 주도의 불균형 경제성장 모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시도한 지는 오래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를 공약 전면에 내세워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가 무산됐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동반위는 출범 6년 차에 접어들었고, 부분적인 성과는 있어도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국내 기업 생태계가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내에선 논의가 시작 단계지만, 사회책임투자, 그리고 수익을 고려하는 기존의 재무적 투자에 사회적·환경적 문제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인 ‘임팩트 투자’ 등에 관해서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안충영 동반위원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제화가 자율협약보다 생명력이 더 짧다며 동반위의 현행 방침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사회책임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이 나뉘는 업종은 분명히 존재하며, 충분한 논의와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이런 업종들은 법과 제도로 강제해야 한다”고 결을 달리했다. 이 국장은 “나머지 업종들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율적인 협약과 권고 등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고, 법제화와 자율적인 협약의 균형에 기초해 성과공유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제39차 동반성장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김용재 KSRN기자
편집 KSRN편집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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