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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의 이해)⑥주주인 당신은 혹시 권리위에 잠자고 있나요?
입력 : 2016-03-14 오전 6:00:00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유명한 경구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중이었던 1863년 게티즈버그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래한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중 하나로 평가되며 그에 걸맞게 인용 또한 많이 이루어진다.
 
지금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꿰어 맞추기 같기도 하지만 주주의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 기업이라는 말을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주주는 기본적으로는 전체 주주로 새겨야 하며, 논란의 여지와 포괄 범위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의 역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시 경향 등을 고려하면 기업의 이해관계자도 포함 되어야 한다. 굳이 게티즈버그 연설 중에 나오는 이 말을 되새기는 이유는 이 문구가 국민의 권리만을 담고 있지는 않으며 권리를 누리기 위한 희생, 헌신과 책임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주주와 관련하여 곱씹기 위함이다.
 
주주는 투자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주의 권리를 가진다. 여기에는 주주총회 의결권, 주주제안권 등 회사의 운영에 참가하거나 이사 등의 행위를 감독하기 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배당을 받을 권리 등 경제적 이익이나 기타 편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물론 이러한 주주로서의 권리는 다른 권리들과 마찬가지로 그 권리를 보유한 주주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행사여부가 결정되며 일정 지분 이상을 요건으로 하여서만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단 1주라도 가진 주주라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들 권리 중에 최근에 주주행동주의와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며 특히 주총시즌에 종종 들을 수 있는 것이 주주제안권이다. 주주제안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자격을 갖춘 주주가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에서 의안으로 다루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면 2015년 여름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엘리엇이 주식 현물배당을 허용하기 위한 정관개정을 주주총회 의안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데 이것이 바로 주주제안권의 행사이다.
 
이러한 주주제안은 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주주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으로 그 의미가 상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제 주주제안이 이루어지는 사례는 매우 적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정기주주총회 기준으로 매년 편차가 있지만 대략 50여건 내외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2014S&P1500 회사 기준으로 최소 550여건에 이르러 우리에 비해 대략 10배 이상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내용도 기업지배구조 개선, 적대적 M&A 방어수단 배제, 임원의 보수, 환경경영 및 사회책임 관련 사항 등 양과 질에서 월등하다.
 
주주제안을 예로 들었지만 주주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다수의 주주들은 해외 선진자본시장의 주주나 국내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에 비하여 너무 다소곳하고 조용한 편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아마도 우리나라 개인 주주들의 단기투자 경향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그러나 주주들의 투자성향 탓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투자의 장기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기업도 배당을 더욱 적극화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여야 하며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여 주주에게 장기적으로 더 크고 안정적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주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는 좋은 회사를 선정하여 장기투자하며 투자회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등 투자수익의 제고를 위한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이 있다. 이제 우리 주주들도 권리위에 잠자는 자로서 정당한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또한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책임은 지배주주나 경영진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이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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