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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책임’을 떠올리게 한 스타의 수상 소감
입력 : 2016-03-07 오전 6:00:00
잘 생긴 것도 짐이 될 때가 있나 보다. 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외모다. 그 때문에 ‘연기력 뛰어난’ 디카프리오가 아닌 ‘잘 생긴 배우’ 디카프리오로 더 자주 오르내린다. 그 때문이었는지 오스카는 매번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상을 받을만한 배우가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올해는 그가 오스카상을 받나’ 하는 게 하나의 관심사였다. 19세였던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후 20년 넘게 수상자로 호명되지 못했으니 그럴만 하기도 하다.
 
그런 디카프리오가 지난 2월29일(한국 시간) 201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4전5기, 5수생의 수상 소감에 다들 눈이 쏠렸다. 그가 얼마나 이 상을 기다렸는지 그 말을 들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뜻밖에도 그는 수상 소감을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마디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그의 수상 소감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환경NGO에 몸 담고 있는 전문가만큼 명확하고 정확하게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영화 ‘레버넌트’의 촬영이야기로 시작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일부를 남긴다.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지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레버넌트’를 찍을 때 눈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남쪽 끝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인류와 동물을 위협하는 가장 긴급한 위협입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거대기업을 위한 지도자가 아닌 전 인류와 원주민, 생태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혜택받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힘써줄 지도자에게 힘을 모아 줍시다. 우리 자녀들의 아들 딸들을 위해 그리고 탐욕의 정치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대자연을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맙시다. 저도 오늘밤 이 순간을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빈곤층이다. 이런 관계까지 알고 언급하는 그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소의 지론’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가 단지 ‘레버넌트’에 출연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건 아니다. 훨씬 그 이전부터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결정적으로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 폭발적인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디카프리오의 수상 발표는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었다. 분당 44만개 트윗을 발생시켰다. 그만큼 울림이 컸다.
 
유명 스타들의 사회적 위상은 ‘공인’이다. 그들의 한마디, 행동 하나가 대중들에게 주는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디카프리오의 언행은 ‘공인의 사회적책임’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지지하게 된다.
 
요즘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선 다들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회적책임을 의무사항에서 점점 자발적,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공인의 사회적책임’에 대해선 제도적으로 얘기되고 있지 않다.
 
사회적 책임의식이 더 뚜렷한 스타들을 ‘개념스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인표, 션 등 많은 스타들이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아직 주류층을 이룰 정도로 많지는 않다. 스타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권리와 지위를 가진 공직자들도 공인으로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의 분위기가 그렇게 바뀌고 있는 걸 느낀다. 디카프리오의 ‘개념 수상소감’을 들으며 우리 사회에서도 더 많은, 더 전문적인 ‘개념 발언’과 ‘개념 행동’을 하는 공인들을 보는 게 일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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