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입장료를 신설하고 성산일출봉 입장료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구랍 15일 제주도, 제주도의회, 전문가로 구성된 ‘제주 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연구모임’은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 관광지 요금 현실안 방안을 내놨다. 제주 한라산 입장료를 2만원으로 만들고 성산일출봉 입장료를 1만원으로 인상해 매년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심해지는 자연훼손 및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성장하는 관광산업과 심각해지는 생태계 파괴 및 환경오염
관광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훼손되고 파괴되는 문제는 비단 제주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60년 동안 국제관광 교류가 증가하면서 관광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기준 관광산업은 세계 수출에서 6%, 세계 총생산에서 9%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국제관광 도착객수는 1950년 2500만명에서 2014년 11억 3500만명으로 증가했다. 2030년까지 18억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급증한 관광객으로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 활성화 및 관광산업 성장은 물, 에너지, 토지 등 천연자원 고갈과 대기 오염을 부추겼다. 해양 및 해안 개발은 바다 생태계까지 황폐화하였으며 산림 난개발로 자연경관이 파괴됐다. 관광이 전 세계 탄소배출 가운데 약 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지구온난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금과 같은 관광산업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는 154%, 온실가스 배출은 131%, 물 소비는 152%, 고형폐기물은 25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광은 대부분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관광개발이 지속되고 관광산업이 성장할수록 천연자원 소비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관광이 결과적으로 자연 및 문화유산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관광산업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관광은 관광산업 자체는 물론 농업, 건설, 수공업을 포함해 다양한 연관 산업 분야에서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일으킨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관광산업 1개 일자리가 기타 산업 1.5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여러 분야에서 연쇄적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도상국은 국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숙박시설 건립 및 관광명소 조성 등 관광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가능 관광과 생태관광
결국 관광산업은 환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호텔 개발 등 대규모 개발 위주 기존 관광 패러다임은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엔세계관광기구는 지난 2008년 기후 변화를 최우선 의제로 정했고 생태관광 및 지속가능 관광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별히 올해 2017년은 ‘지속가능한 국제 관광의 해’로 지정돼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 관광 확산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2012년 6월 리우+20 정상회의에서도 세계 경제의 자원 집약적 소비 및 생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상회의는 지역사회 및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고 친환경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에 관한 10개년 프레임워크’(10YFP)를 권고하며 ‘생태관광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핵심사업 중 하나로 채택했다.
지속가능 관광은 현 세대의 관광과 관광지의 수요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해 관광 기회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관광을 뜻한다. ▲지역 사회의 삶의 질 향상 ▲방문자, 관광객에게 양질의 관광 경험 제공 ▲지역 사회와 관광객의 공존과 환경보호가 지속가능 관광이 내세우는 목표다.
지속가능 관광은 책임관광, 생태관광, 윤리적 관광 등 기존 관광 산업에서 나온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칭한 개념이다. 관광 대상지의 사회·경제·환경에 지속가능한 구조와 방식을 도입해 사회/문화 보존, 경제 활성화, 환경 개선을 도모한다.
지속가능 관광에 포함되는 생태관광은 자연보존지구를 목적지로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생태관광을 자연과 문화자원을 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 지역을 탐방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유발하지 않고 지역 주민에게 사회적·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는 관광이라 정의했다. 생태계 자연은 보호되면서 지역주민은 자연보존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관광객은 새로운 자연, 환경, 문화를 경험한다. 산악 및 삼림지역 등산, 생태탐방로 답사, 삼림욕, 별 관찰, 갯벌 체험 등이 생태관광에 속한다.
호주 생태관광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생태관광을 도입하기 위한 적극적 시도가 이어지는 추세다. 호주에서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대표적 생태관광지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호주 북동해안을 따라서 발달한 세계 최대 규모 산호초 지대다. 1만 5000년 전부터 형성된 산호초로 길이 2000킬로미터, 면적 약 34만 5000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산호초 지대에는 고래상어, 바다거북, 듀공 등 희귀 및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산호 400여종, 어류 1500여종, 연체동물 4000여종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관광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 내 관광업체, 학교 등이 네트워크 조직을 구축해 산호초 일대를 직접 관리한다. 호주 케언즈 내 50여개 관광회사는 ‘산호수호대’라는 모니터링 제도를 실시 중이며 주 1회 정부에 결과를 보고한다. 또한 산호초 지대는 ▲어업 가능 지역 ▲관광 가능 지역 ▲접근 불가 지역으로 구분돼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관광객이 산호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단순히 산호초 지대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산호가 잘 살 수 있는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해변 인근 농장의 토지도 동시에 관리된다. 관광객 1인당 5.5호주달러를 산호초 보호에 사용되는 환경보전금으로 내는데 관광객, 거주민, 자연이 상생하는 구조를 지향하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환경수자원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해양공원관리국’에 따르면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산호초 지대를 방문하고 있지만 생태계 훼손 없이 자연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태관광으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캄보디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앙코르와트로도 유명하지만 캄보디아는 풍부한 생태자원을 갖추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 중 한 곳이다. 2013년 기준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 수는 450만 명이다. 1993년 외국인 관광객을 처음 받아들일 때 11만 8000명에 불과하던 수가 20년 만에 37배 이상 증가했다. 관광수익은 32억 6000만달러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30%를 차지해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이라와디 돌고래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로 캄보디아의 주요 관광 자원이다. 이라와디강은 미얀마에 위치하며 돌고래 서식지는 동남아시아 해안가와 메콩강,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에 있는 마하캄강 등 분포 범위가 넓다. 20세기 이후 자원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불법어업, 무분별한 포획으로 이라와디 돌고래의 개체 수는 급감했고 2000년대 중반 이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지대 메콩강 유역에 5마리, 그곳에서 8킬로미터 남쪽에 있는 크리에티 시(市) 인근에 80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메콩강 유역에 거주하는 많은 주민은 돌고래를 보러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홈스테이, 식사, 보트 등을 제공해 생계를 유지한다. 돌고래 개체 수 감소는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 관광 수입을 떨어뜨려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주민들은 생태관광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불법 어업을 하는 대신 이라와디 돌고래와 물고기의 수상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나섰다. 환경과 주민의 공생방식으로 커뮤니티 기반 생태관광을 형성해 꾸준히 관광객을 유치 중이다.
생태관광은 주민에게 지속적인 수입원을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환경 학습 및 생태계 보존 참여 기회를 준다. 나아가 생물종 보호와 서식지 환경 개선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선순환 지역발전 관광모델은 메콩강 유역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역사회 기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은 캄보디아에서 50곳이 넘는다. 환경보호와 지역 발전을 함께 추구할 수 있어 새로운 관광 모델이자 지역발전 프로그램으로 계속 확장될 전망이다.
관광객 증가와 환경오염 사이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카리브 지역
중앙아메리카 대서양에 있는 카리브 지역도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다. 카리브 지역의 관광산업은 GDP에서 14%, 일자리 창출에서 11.3%를 각각 차지한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일자리 창출 비율이 2024년에는 12.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리브 지역에 있는 2300여개의 호텔은 대부분 중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연간 약 3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리브 지역이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만큼 관광이 활성화할수록 냉난방 시설 가동 및 음식 조리 등으로 대기오염은 더욱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관광객 증가와 환경오염 사이 연결고리를 끊고자 에너지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기술 및 여건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온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25%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하마는 카리브 관광 현대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포함해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을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및 관광 분야에서 장기적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생태관광 촉진 정책
한국에서도 생태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만들었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는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 사업지 10곳을 선정했다. 생태관광 10대 모델사업은 습지, 철새도래지, 비무장지대(DMZ) 등 우리나라 고유 생태자원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두고 2013년까지 시행됐다. 생태관광 모델 사업지로 선정된 곳은 ▲창녕 우포늪 ▲순천 순천만 ▲평창 마하리 백룡동굴 ▲서산 천수만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영주 자락길 등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생태관광협회는 생태관광 여행상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생태계 보호 등 책임 있는 관광을 정착시키기 위해 생태관광 인증제를 추진했다. 인증제는 관광객이 소비하는 생태관광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관광지 관리조직에게 생태관광 시행 및 관리 지침을 제공하고 관광기업의 친환경적이고 책임 있는 경영을 유도하고자 했다. 생태관광 상품, 탐방 프로그램, 관광객 이용 시설이 인증 대상이다. 인증제는 생태관광을 통해 자원과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보장해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제주 한라산의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입장료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제주도청
정지형 KSRN기자
편집 KSRN기획위원회(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