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석탄 소비량이 2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2015년 3.7% 하락했다. 지난 2014년 마이너스 2.7%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에너지경제원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35억1000만톤으로 2013년 대비 1억톤(2.7%)이 감소했다. 이는 중국국가통계국(NBS)이 석탄 소비·생산량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처음으로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2016년 상반기에는 석탄 생산량이 2015년 대비 9.7% 감소했으며, 2015년의 생산량은 2014년 대비 5.8% 줄어들었다. 2014·2015년의 석탄 소비량이 연이어 줄어든 결과, 중국의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최근 점차 수평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사람이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시대)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될 것임이 틀림없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도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석탄 소비 억제정책
지난 2014년 5월 미국 에너지정보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32억 톤 이상의 석탄을 소비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작성한 보고서 『중국 석탄소비 증가세 둔화 원인과 경향』(2014)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전 세계 석탄 소비의 거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의 석탄소비는 2004년 21억톤에서 2013년 36억톤으로 증가했으며 2000~2013년 동안 연평균 8.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던 중국의 석탄소비량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경제성장에 따른 만성적인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데에는 석탄의 공이 컸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에너지업계가 석탄 발전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석탄이 이산화탄소의 가장 큰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의 석탄·에너지 활동가인 라우리 뮐리비르타는 지난해 2월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트렌드는 21세기 첫 10년간 불었던 글로벌 석탄 열기가 단지 신기루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의 석탄 소비량 감소 통계는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상황은 파리의 기후 목표를 능가하는 궤도에 있음을 나타낸다” 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고 석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련의 과감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2014년에 2000여개의 석탄 탄광을 폐쇄했는데 해당 탄광의 석탄 총용량은 1억1700만톤에 달한다. 중국 동부의 작고 오래되고 고갈된 탄광이 그 대상이다. 당국은 또한 네이멍구, 신장지역의 광대한 북서부 지역을 포함해 멀리 떨어져 있는 탄광의 생산도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다.중국정부는 이미 지난 2012년에 628개의 중형 크기의 석탄탄광을 폐쇄한 바가 있다. 622개 탄광의 기술적 공정을 향상시켰고 388개의 탄광을 합병했다. 978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한 것이다. 2013년 10월 중국 정부는 안전문제로 인해 2015년까지 적어도 2000개의 소형 탄광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실제로 2015년 한 해 동안 1300여 개 이상의 탄광이 폐쇄됐다.
중국이 국가 차원의 석탄소비 억제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서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실 관계자는 “중국의 석탄 소비량 감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석탄소비 억제 노력과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은 2013년 9월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2017년 까지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비중을 당시의 67%에서 65%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행동계획은 수력·풍력·태양에너지·지열·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원의 이용률을 높여 2017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13%까지 높이겠다는 계획도 천명하였다. 이러한 조치를 통한 중국 전체의 석탄소비 감소 목표량은 2030년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2017년까지 3500만톤, 2050년까지 6550만톤이 되었다. 에너지효율 기준 또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국에서 신축되는 석탄화력 발전소의 평균 석탄 소비량이 300g/kwh 미만으로 제한되고,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비중은 62% 이하로 제한된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지방정부 또한 석탄소비량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석탄소비량의 11%를 점유하는 12개 지자체는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행동계획’에 따라 석탄통제조치 이행을 선언했다. 6개 지자체는 대기오염 실천계획에서 석탄소비 절대감소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지자체별로 2012년 소비실적 기준 2017년까지의 감소 목표를 보면, 베이징시는 50%, 허베이성 13%, 텐진시 19%, 산둥성 5%, 충칭시 21%, 상하이시 13% 등이다. 이들 목표량은 중국 석탄소비량의 일부이지만 충분한 의미가 있다. 산둥성의 석탄 소비량만 해도 독일과 일본의 총 석탄소비량을 합한 규모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징시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완화하고 2017년까지 석탄소비량 1300만톤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석탄화력 발전소 전면 폐쇄, 석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교체하여 220만톤 감축, 제조업 부문에서 사용되는 석탄 200만톤과 주민용 석탄 사용량 감축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은 지난해 7월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석탄 사용량 감소가 영구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10%대에서 6%대로 하락한 것과 중국의 경제구조가 에너지 의존적인 중공업에서 덜 의존적인 첨단 기술과 서비스 분야로 이동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파리협정 발효와 한국의 석탄소비량
파리 기후협정이 발효되기 전이었던 당시, 중국이 이끌어낸 긍정적인 변화가 파리 협정을 촉진하는 매개가 되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에스피노자는 파리협약 체결 전인 지난해 7월 “중국에서 보이는 이러한 긍정적인 발전이 다른 국가들을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격려하여 파리 협정이 너무 늦지 않게, 최대한 빨리 발효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4일 발효된 파리협정은, 발효 두 달 전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이 참여하며 급물살을 타게 됐다.
파리협정이 발효되기 하루 전, 한국 국회도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 95번째 파리협정 참여국이 됐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막자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국 순위 9위인 한국은 2030년까지 증가 예상분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영국이 2025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하는 등 선진국은 이미 탈(脫)석탄 시대로 향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신규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시대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발전 부문이 40%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8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석탄 소비량은 2011년 1억3086만톤에서 2012년 1억2814만톤으로 감소했다가 2013년 다시 1억2955만톤으로 증가하는 등 석탄 의존도를 줄이는 데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량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를 오가고 있다.이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와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11년간 유지해 오던 FIT(정부가 정한 기준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간 차액(발전차액)을 지원해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발전사업자에 의무를 떠넘기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꿨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도 해마다 축소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예산은 2012년 1890억 원에서 2013년 1580억원으로 16% 줄어든 데 이어 2014년 1334억원으로 15% 또 줄였고 지난해에는 26%나 감소한 983억원이 배정됐다.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FIT 마지막 적용연도인 2011년의 3%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국이 파리협정에 제시한 온실가스 감소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소비 규제를 위한 정책과 에너지 집약산업에서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최악의 스모그 사태를 겪었던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이 12월22일 모처럼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박예람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