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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알파고 충격 1년…인류의 숙제
입력 : 2017-03-10 오전 8:00:00
지난해 3월9일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진행한 바둑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일명 ‘세기의 대결’ 첫 판이 열린 날이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완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결과보다는 대국 내용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낙관적인 분위기가 급변하는 데는 불과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중계된 첫 대국에서, 알파고의 기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임이 증명됐다.
 
알파고의 진화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최정상급 프로기사들과 벌인 대전에서 알파고는 60전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알파고에 무릎을 꿇은 기사 중에는 박정환, 커제 등 한국과 중국, 일본의 랭킹 1위들도 포함돼 있었다.
 
체스에 이어 바둑에서도, 인간은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 졌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앞세워, 그동안 인간이 넘볼 수 없었던 바둑의 미개척 영역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인터넷이 일반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무렵, 기술 전문가들은 정보의 공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디지털을 통한 민주주의의 확산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정보의 통제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지고, 일반인 누구나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정보가 곧 권력’이라는 패러다임을 일거에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 예전에는 돈과 시간을 들여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수많은 콘텐츠들을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돈과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인간에게는 풍요와 자유가 주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듯 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절반만 맞아 떨어졌다. 사람의 일상은 예전과 분명히 달라졌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정치적 퇴보를 낳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의 보급은 ‘중동의 봄’을 불러오는 데 선봉의 역할을 했지만, 이후 중동의 민주주의가 후회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망을 통제해 자국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휴대폰 보급이 수백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부 통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국가 정보망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은 날로 정교해지고, 아마추어들도 인터넷을 뒤져 테러에 필요한 폭발물의 정보를 수집한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범죄로 연간 3조달러의 손실이 발행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현재의 일자리 절반이 위협받고, 상위 500 대 기업 중 40%는 10년 후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퍼컴퓨터는 2020년에서 2060년 사이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인간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직도 혼돈에 빠져 있다.
 
18세기 산업 혁명이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기까지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이 있었다. 인공지능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현재 21세기 초반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인간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손정협 프라임 부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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