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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사회적 책임 실현과 소비자 시민운동
입력 : 2017-06-19 오전 8:00:00
제가 근무하는 한국품질보증원은 환경경영시스템을 인증하고 온실가스배출량을 검증하는 일을 주업무로 합니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회사일로 2003년에 ISO/TC207이라는 환경관련 경영시스템 표준을 만드는 국제회의에 참가해서였습니다. 2003년의 TC207에서는, 현재의 '사회적 책임'이 대상으로 하는, 정치인 사회단체 노조 종교 등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에 국한된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효성 5년과 삼성 10년을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회의에 참가한, 영국에서 오신 인자하게 생긴 아주머니 환경전문가 한분이, 저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대충 아래와 같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회가 어떤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 기업의 대주주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게 하는 것 보다는, 그 기업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만약 그 기업이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거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빨리 망하게 하고, 그 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 잘 지키는 기업을 그 자리에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더 좋은 일이다. 그리고 기업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보다 더 많이 지게 만들려면, 시민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힘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기업들이 그 방향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
 
시민이 가진 첫 번째 힘은, 제품 구매권이다.(저도 얼마 안 되는 월급이지만, 그리고 대부분은 자식들이 사용하지만, 항상 물건을 사고 있습니다) 이 물건을 살 때, 사회적 책임에 헌신적인 착한 기업의 제품은, 조금 비싸더라도 사주어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물건을 생산하거나, 근로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면서 생산하거나, 공장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생산하거나, 돈 벌었다고 사업주 가족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회사의 제품은, 조금 품질이 좋고 조금 싸더라도 사주지 말아야, 그 회사들이 기존에 하는 행동을 고치게 된다. 구매시 약간의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하지만, 사회가 좋아지면 그보다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특히 대기업들에게는, 그 대기업 혼자만이 사회적 책임을 지키려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대기업에게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잘 지키게,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하라고 요청하여야, 보다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
 
시민이 가진 두 번째 힘은, 선거권이다. 선거를 할 때, 시원시원하게 말 잘하고 잘생기고 예쁘다거나, 고향이 같다거나, 사탕하나 더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찍어주지 말고, “사회적 책임표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누가 더 많이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정치인이 당선되었을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밑의 공무원들과, 집행하는 예산을 받아가려는 기업들에게, 누가 더 많이 “사회적 책임표준”에 있는 내용들을, 지키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표를 주어야 한다.(“사회적 책임표준”에는 부패방지나 뇌물금지나 환경파괴나 지역주민보호 등등에 관한 요구사항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민이 가진 세 번째 힘은, 소액주주권이다.(아직 우리나라는 제도가 미비하여, 저도 여러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주주회의에 참가하여,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였습니다) 시민들은 자신이 가진 주식에 해당하는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 자기가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영진을 선출할 때, 돈 조금 더 벌어오기 위해 무리하는, 부패할 것 같은 경영자보다는, 환경을 더 지키고, 종업원을 더 생각하고, 공장 주변 주민들을 더 생각하고, 협력업체를 더 생각하는 경영자를 선출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주식지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에, 일부 나쁜 대주주들이 그 기업의 경영권을 가져가서 빚어지는 전횡을 견제하여야 한다.
 
제가 2003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들었지만, 10년도 더 지나는 세월동안, 저는 시민이 가진 세 가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게을러서 행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선거권과 소액주주권에 관해서는, 우리 사회의 제도가 마련되지 못해서인 것도 이유인 것 같습니다.
 
선거권 관련하여서는, 선거시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대변하겠다고 말하다가, 막상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과 반대로 행동해도,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존 제도를 보완해서, 만약 그 국회의원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유권자가 요구하면 국회의원 선거를 다시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과, 소액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경영자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적 소액주주운동'이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봅니다.
 
소비자운동을 하는 한 친구는, 이 두 가지 미비한 제도를, 소비자 운동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의 생각인데, 우리나라의 소비자 운동은, 지금까지 관 주도였고, 그래서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소비자 운동가들이 주류였었고, 그래서 여러 가지, 소비자로서의 시민이 가져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분들의 입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판단합니다. 그 친구는, 현재 유명하신 소비자 운동의 원로분들은, 그 분들이 사신 정치상황에서는 충분히 참 잘 해 오셨지만, 위의 두 가지 소비자 권리 쟁취운동을 하시기에는 너무 연로 하시기에, 이제 젊은 소비자 운동가로 세대교체를 하게 도와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큰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젊은 후배들이 시민이 가진 세 가지 힘 중 두 가지를 더 잘 행사할 수 있게, '국회의원 소환권'이나 '시스템적인 소액주주참가' 등을 쟁취하는 운동에 힘을 보태달라는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참 버릇없는 친구입니다)
 
송준일 한국품질보증원 대표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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