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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사회적 책임공시, 착한 규제를 위한 세 가지 제언
입력 : 2017-10-16 오전 8:00:00
최근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식에서 ‘기업의 사회책임(CSR)성과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의 경영 경계가 글로벌화되면서 이와 같은 제도 도입이 더 지체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의견과, 일각에서는 현재 많은 한국기업들이 사드보복, 인구 절벽, 금리 인상 및 다양한 규제 등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규제성 제도도입은 ‘과도한 경영간섭’이고 ‘과잉규제’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책임공시제도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현재는 여야당이 공동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상장기업의 비재무성과를 사업보고서 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이다. 기업 등 국내주요 100여개 조직들은 2000년 초반부터 자발적으로 비재무정보공시기준의 국제표준격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준수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해마다 발간해 오고 있다. 또한 해외기업의 공급망 내 거래처에 대한 사회책임경영 요구로 다수의 한국기업들이 활발히 대응 중이다. 이런 만큼 우리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에 대한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갖춰졌기에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크나큰 경영차질을 초래할 우려는 없다고 본다.
 
다만 사회책임공시제도가 과도한 기업 때리기나 옥죄기의 수단으로 변모되지 않도록 충분히 논의할 필요는 있다. 사회책임공시제도 도입과 관련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규제도입 및 실행과정에 금감원장 직속의 가칭 ‘사회책임경영 이해관계자 위원회’ 설치이다. 해당 위원회에는 기업대표를 비롯, 정부, 시민단체, 투자기관, 학계,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토록 하고 공시제도 이해과정에 해당 위원회의 참여 및 검증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개될 상장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성과 정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기업 경영진은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제고를 위해, 투자자는 투자위험 및 미래가치 평가를 위해, 일반시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할에 대해, 시민단체는 사회에 대한 기업활동의 외부성(Externality) 검토 등에 대해 각각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공시가 필요한 부문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조율하여, 최종적으로 공시항목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보 공시에 있어 특정집단의 기업 줄세우기식 평가가 확대 해석되거나, 이러한 결과가 다른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의 평가로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책임공시제도의 표준화 노력이다. 사회책임공시의 항목들과 관련된 다수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검토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도 다양한 국내외 기관 및 단체들이 기업에게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기업활동, 현황, 성과 자료 및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해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사회책임경영 활동이 기업 경쟁력 및 명성 등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오래 전부터 인지해 왔다. 이러한 대응 및 준비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으로 대응 가능한 사회책임공시제도가 논의되었으면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기본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기업에게 과잉정보를 요구하는 옥상옥 규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책임공시제도의 참여대상 확대 및 자발적 참여방식에 대한 고려이다. 해당 제도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식 비재무정보 기업공시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공개 대상을 들여다 보면 종업원 500인 이상인 상장, 비상장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및 공공기관, 은행 및 보험(Bank and Insurance company) 등도 공시의무대상이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또한 지난 5월 해당 법안의 원활한 실행을 위해 ‘비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다. 주목할 점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성격이며, 새로운 법적 의무(legal obligation)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공시대상 관련 조직은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기존 비재무정보 공시방식도 유지가능하고, 다양한 공시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유럽연합(EU)의 사회책임공시제도는 규제성격의 법적 강제라기보다는 자율적인 규제형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책임공시제도 도입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규제대응 측면의 방어적,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대기업 조차 비재무성과 관리수준이 재무성과에 비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신뢰성 있는 데이터관리가 이루어져야 이를 기반으로 전략 및 성과가 나타나므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보여 주기식’ 사회책임경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신임 금감원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관련 법개정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도 제도화에 따른 준비를 서두를 듯하다. 우리 기업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착한 규제’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박재흠 삼일PwC파트너 jheumpark@samil.com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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