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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해준다지만 재기지원책은 역부족
기존 취업·창업알선제도, 근본해결책으론 미흡…"일자리·복지대책 병행돼야"
입력 : 2017-11-29 오후 2:09:2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29일 원금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사람들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이들의 소득 증가를 유도하는 재기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채무 탕감 정책의 강도가 세지고 있지만, 빚을 탕감받은 뒤에 소득 증대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빚 탕감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행복기금을 출범해 60만여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빚을 100% 탕감해주지 않아 금융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 여기에 시효 소멸을 앞둔 채권을 헐값에 사서 일부만 탕감하고 나머지는 다시 유통시킨 부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과 달리 빚을 완전히 없애주겠다는 취지다. 가계부채가 임계치를 넘어선 현재의 경우 협상력이 강한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빚 탕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복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장기소액채권을 탕감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함께 나온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보면 고용노동부와 중기벤처부,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해 취업과 창업을 알선하고 성실 상환을 유도한다는, 기존의 틀에 박힌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업재기 프로그램으로는 ▲행복잡이(구직등록→취업상담→알선) ▲취업성공패키지(상담?검사→직업훈련→알선) ▲고용촉진장려금 지급(사업주에 장려금 지급) ▲드림셋 사업(일자리+자산형성+신용회복 연계), 창업 지원프로그램은 ▲창업교육 프로그램 ▲창업 정책자금 지원 (시설·운전자금, 예비창업자 보증 등)이다.
 
이들 대책은 지난 정권부터 관련 부처들이 시행해온 것들로, 관련 예산이 부족해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제도도 있다. 행복잡이 고용보조금 제도의 경우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채용하면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취지인데, 예산이 부족해 집행률이 10% 미만으로 저조한 실정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고용노동부에서, 드림셋 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같이 담당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장기소액연체자들이 당장의 빚 탕감으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더라도 고금리로 빚을 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체했다는 이력이 없어지거나 당장 신용등급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금융거래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진우 행복금융상담센터장은 "장기소액연체자들은 적은 빚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빚을 지면 또다시 연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별도의 복지대책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책이 '빚 탕감'에 초점이 잡힌 만큼 '빚 있어도 안 갚으면 그만'이라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상환능력이 전혀 없는 취약계층의 장기소액연체자를 중심으로 먼저 선별하고 채무 상환에 노력해온 사람은 다른 지원하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시행 전 과정에 걸쳐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촘촘히 마련했다"면서 "취약계층을 우선 선별하고 추심 중단 후 최종처리 전까지 재심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산이나 소득을 숨기고 지원받는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과 성실상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최종구 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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