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양진영 기자]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권에 혁신을 추동할 '메기'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 일반은행과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탄'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완화가 정쟁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추진력이 떨어졌지만,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산업 발전을 추동하는 방향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모색해보자는 분위기가 읽히고 있어 기대감을 높인다.
'은산분리'란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이 중 4% 이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당초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고객의 예금을 '사금고'로 활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인터넷은행도 오프라인 지점만 없을 뿐 일반은행과 동일하다 보니 은산분리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KT와 카카오가 실질적인 소유주지만, 대주주 지분을 갖지 못한 채 제한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이들 ICT 기업이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2500억~3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은 추가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초기 자본금 25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에 사용했으며, 출범 두달 만에 애초 목표인 4000억원의 77.5%인 31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집행했다. 케이뱅크는 은행 건전성을 고려해 지난 6월말부터 직장인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지난 9월 1000억원의 추가 증자를 통해 대출 영업을 재개했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지분보유 8%)는 은산분리 규정으로 인해 지분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 카카오뱅크 역시 일단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의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했지만, 현재 여수신 증가 속도를 볼 때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인터넷은행이 공격적인 영업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최소 1조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내년부터 내놓을 예정인 아파트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의 성패도 자본 확충 가능 여부에 달렸다.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건당 대출규모가 커 자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판매가 어렵다. 이외에도 신용카드 사업도 본격화해 내년 상반기 예비인가를 추진하고 오는 2019년 하반기 사업 시작을 목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 강석진, 김용태 의원과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이 은행법 개정안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를 4%에서 50%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도 4%에서 34%정도까지는 완화하자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상정한 바 있다.
국회에서 은산분리 관련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국정감사 때 금융위원회의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은산분리 완화 반대 기류로 급속히 기울어서다.
여당의 분위기가 급선회하면서 인터넷은행을 인가한 금융당국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정부 때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국회에 직접 찾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이었지만,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도 특례법 형식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회에서는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는 은산분리를 완화해 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의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안된다'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여론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들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데 의견이 하나로 모인 상황"이라며 "인터넷은행에 대해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야당의원들의 법안들을 하나로 병합해 대표 발의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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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양진영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