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권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금융권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김 전 회장의 입김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관련해 각종 루머가 쏟아지는 배후로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전직 하나금융 경영진이 거론되고 있으며,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 사태 역시 김 전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전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뒤 2012년 퇴임 전까지 15년 동안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권시절 '금융권 4대 천왕', 하나금융 '왕회장'이라 불리며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런 김 전 회장이 금융권에서 영향력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 김 전 회장 및 그의 측근 인사들이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한국투자금융지주, BNK금융지주, KTB투자증권 등 쟁쟁한 곳에서 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을 이끌던 시절 함께 일하며 최측근으로 꼽히던 인물들이다. 최흥식 원장은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과 2012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일했고 김지완 회장은 2008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사장을 거쳐 2012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김 전 회장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데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장 실장에게 금융권 인사를 추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과 장 실장은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고려대 동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금융 정책을 주무르는 당국 수장들 모두 '김승유'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김승유 전 회장은 자신의 친정인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진 인선에 입김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막기 위해 김정태 회장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진원지로 김승유 전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태 회장에 대한 루머는 근거없는 주장부터 김 회장의 가족관계까지 막라하고 있다.
최근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친정인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진 인선에 개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정태 회장에 대한 루머들이 양산되고 있는 배경에 그가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 김 회장과 관련해서는 최근 재임 기간 동안 중국투자를 관할하는 하나은행 중국법인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거나, 하나금융의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유통업체를 통해 수억원어치의 물건을 구매했다는 내용, 지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와 연관있는 회사에 수억원의 대출을 집행했다는 내용 등이 집중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김 회장이 4일 하나금융 출범 12주년 기념식에서 "과거 경영진의 음해성 공작이 사실이라면 안타깝다"고 작심발언을 한 것도 이런 움직임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금융당국도 최근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특정 회사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회장 스스로가 회장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을 유리하게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정태 회장은 "최종구 위원장의 발언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경영 승계를 하라는 취지로 안다"며 "하나금융도 당국이 정한대로 경영 승계 절차를 맞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KTB투자증권 사태와 관련해서도 이미 김 전 회장 배후설이 퍼진 상태다. 권성문 KTB 회장이 애초 김 전 회장을 영입해 회사 역량을 키우려고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고, 이후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병철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 움직임을 보이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정부의 영향력에 크게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악의적인 루머로 경영진을 흔든 뒤, 금융당국이나 금융권 고위직 인맥을 활용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본인이 직접 움직이기 보다 측근 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시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유(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2년 본인의 퇴임식에서 직원들이 마련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