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의 삼성전자, 아마존이 탄생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금융환경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과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에 대응해 지배구조상의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가상화폐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발맞춰 선(先) 규제완화, 후(後) 금융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평가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극단적인 대책엔 반대 의견이 개진됐으며,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대해선 경영침해와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금융환경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사진/백아란 기자
◇ 금융권 지배구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감시 기능 강화 필요
31일 박경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금융학회·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및 금융환경 혁신' 심포지엄에 참석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문제는 주주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며 “경영권 승계가 주주보다 회사 외부의 세력이나 전문경영자, 대표성 없는 이사회, 노조 등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은행(000030) 민영화 사례를 예로 들며 “4% 내외의 지분을 가진 5대 주주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예금보험공사 또한 행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등 외부개입 논란 없이 후임행장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에 대한 소유 규제가 있고 대륙법체계 하에서 주주소송 등 민사적 규율 강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주주대표성 확보를 통한 주주의 이사회 감시가 최선”이라고 꼽으며 “정관상 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참여하는 주주위원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주주권 강화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는 평가다.
그는 다만 금융노동조합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노동이사제’에 대해선 경영권 침해 우려를 표했다.
현재 국민은행 노동조합의 경우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주주 제안키로 했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또한 주주제안 카드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금융회사에 우선적으로 노동이사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이미 취약한 금융회사 주주의 권한을 더욱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근로자의 이해가 과도히 반영되거나 주주이익과 충돌될 가능성은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기업의 경영권 부여가 적합한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국내 일반 금융회사의 일원화된 이사회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 대표를 일정비율 이상 선임하는 오스트리아, 중국, 독일 등의 경우 이중이사회 제도(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 분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해 “셀프 연임과 같은 자기권력화(사익추구)와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등 독립성 결여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며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투자자 포럼 형성, 금융회사 지배구조 평가방법 차별화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김용태 국회정무위원장은 “금융권에서 왜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우리 금융 산업에 도전과 모험정신이 절실한 시기”라고 피력했다.
그는 “관치를 통해 금융회사를 사전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잘못된 경영행태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에 따른 책임을 물게 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사전 규제가 아니라 사후 규제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광두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또한 “선 허용, 후 규제 쪽으로 방향을 맞춰야 한다”며 ”금융 산업은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지식기반금융상품과 인재 양성, 영업방식의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 정부, 관치보다 시장과 조화 필요…블록체인 본질 정확히 파악해야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서울대 객원교수)은 “금융 시장움직임이 빠르다는 점에서 감독강화가 규제완화 보다 앞서거나 최소한 함께 가야 한다”며 정부와 시장의 조화를 역설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낙하산 인사와 금융회사 CEO참호구축을 예방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보다 폭넓게 도입하고, 근로자추천이사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 규제에 대해선 “거래소 폐쇄는 선급하다”며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걷히고 난 후 가상화폐 플랫폼으로 이용되는 블록체인 발전과 활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인태 가톨릭대 교수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규제를 개혁하고 스마트 금융과 인터넷전문은행, 블록체인 등의 활성화를 위한 업부 정의와 감독 규정 정립이 필요하다”며 “금융의 '구글' 탄생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은 “현 시점은 유리한 글로벌 경제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경제구조를 전환하고 누적된 과제를 해결하며,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개발을 촉진해 나갈 수 있는 적기”라면서 “이제까지 갇혀있던 금융 규제 중심 사고의 틀을 깨는 혁신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혁신을 위한 과제로는 금융시스템과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특히 “대형은행과 금융회사는 IT 기반의 효율적 서비스 경쟁력을 가지고 해외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본질과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각 분야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CEO는 그 대상자 선정부터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공정성을 신중히 검토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누구든 최적임자가 선정되는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며 “정부는 지배구조와 CEO선임의 방향을 제시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나가고, 금융기관은 공정한 기준과 절차를 정해 자율적으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논의는 내달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표와 사외이사 임기 만료 등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금융권 CEO와 학계, 정부 등은 금융 산업 혁신의 필요성에 중지를 모았다.
총 3가지 세션으로 이뤄진 심포지엄은 윤만호 EY한영 부회장(전 산은 회장)의 사회로 지배구조 개선 토론이 이뤄졌으며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이 4차산업혁명과 가상화폐 등 규제 혁신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을 비롯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