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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리는 김기식호 금감원, 금융권 전방위 메스 예고
금융규제 강경파로 감독망 조일듯…금융감독체계 개편 탄력
입력 : 2018-04-01 오후 3:23:15
[뉴스토마토 이종용·양진영 기자] '정무위원회 저승사자'로 불린 김기식 전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장으로 등판하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업계 전반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집권여당 출신이자 문재인 대통령 캠프인사인 금감원장의 등장으로 권한과 역할 면에서 금융위원장을 압도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김 내정자는 금융규제 강경론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향한 금감원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비롯해 대기업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등 굵직한 금융감독 현안에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 내정자는 오는 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김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취임 각오와 함께 향후 금감원 운영 방향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금감원 자체 채용비리 연루 등으로 금감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들어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추진해 온 금감원은 금감원장이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당장 전임 금감원장 채용 비리 의혹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금감원의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특별 검사가 김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는 날(2일) 종료된다.
 
신임 원장이 취임하는 금감원은 전임 원장이 연루된 채용 의혹 검사의 방향과 범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특별검사반에는 30명 이상의 검사인력이 투입됐는데, 대규모 인력을 무기한 투입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전임 원장이 피감독기관 재직 당시의 비리 의혹으로 내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조직의 정상 운영을 위해서라도 비리 의혹 검사를 무기한으로 끌고 갈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성향으로는 금감원 역할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회의원 출신인 만큼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상하관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당국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의 정책특보를 맡고, 금융 관련 공약에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기도 한데, 청와대와의 소통면에서는 금융위원장보다 한수위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세' 금감원장이 임명되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개혁에 속도가 더 붙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는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와 역할 재편을 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올해 본격화 될 예정인데 주요 쟁점은 금융감독 기능 분리 여부다. 현재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과 금융산업 정책 심의·의결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 이른바 '상위' 부처라고 할 수 있다.
 
김 내정자가 현 정부의 씽크탱크로 금융개혁 밑그림을 그린 더미래연구소가 제시한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흡수돼 조직이 사라지거나 금융감독 기능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더욱 조여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강화론자로,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금융복합그룹에 대한 통합 감독 시스템 도입 등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국회의원 시절 재벌개혁에 많이 힘썼던 만큼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회의원으로서 감독기관을 감시하던 입장과는 달라졌지만, 자기 색깔 내려는 개혁성향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감원장 인사에서 경기고등학교-고려대학교 출신으로 대표되는 '장하성 사단'이 배제되면서 청와대 내부의 권력지형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최흥식 전 금감원장 모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최측근이 포진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장하성 사단이 금융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무리한 금융지주 압박과 복잡한 상황을 풀어가할 민감한 금융정책에 대한 가벼운 입장 발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등 문제가 터져나왔다. 이후 공정한 사회와 건전한 경쟁을 지향하는 문재인정부가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었던 채용비리 문제에 얽혀 최흥식 전 원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면서 장하성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번 금감원장 인선에서는 장하성 실장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나 여당 일각에서는 정부 경제팀이 장 실장을 중심으로 한 특정 인사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최근 한국거래소 임원 인사에 이어 이번 금감원장 인사에도 장 실장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장 실장의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식 금감원장 내정자는 장하성 실장과 함께 참여연대 출신이긴 하지만 청와대 내부 지지층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김 내정자가 최근까지 소장을 역임한 더미래연구소의 경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인연을 맺고 있는 등 친문그룹의 지지층이 두텁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김기식 내정자는 지난해 금융당국 수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지만, 개혁강경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나 경제부처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인사파행이 이어지고 정책 결과물이 시원치 않으면서 전임자들과 다른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뉴시스
 
이종용·양진영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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