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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금리대출 20% 이하로 낮춰라"…금감원, 저축은행 압박
팀장급이 연락해 구두지시…16일 저축은행 대표 간담회 때 공론화 예정
입력 : 2018-04-12 오후 6:05:05
[뉴스토마토 이종용·김형석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20% 이하로 낮추라고 압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고 법정 최고금리가 24%인데도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금리인하 수준까지 낮추라고 압박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 원장이 국면 전환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에서 급히 성과를 내려고 감독권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저축은행업권에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자제할 것을 구두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30일부터 시행되는 연체 가산금리 상한을 '약정금리+3%포인트'로 낮추는 방안을 기존 연체에 소급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최근 금감원 팀장이 연락해 원장 지시라며 금리 20% 이상 대출을 자제하고 연체가산금리 3% 상한 규제를 소급적용하라고 말했다"며 "금감원장과 주요 저축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공론화 될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김기식 원장은 금감원 부원장 내부회의에서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 등 단계적인 조취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금리에 당국이 구두지시 등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은 없다"면서도 "저축은행 절반 이상이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신용등급 체계에서 결정된 대출금리인지는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은 오는 16일 김기식 원장과 저축은행 대표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공론화될 예정이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취임한 후 업계 상견례 차원에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저축은행 대표들에게 고금리 대출 자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하면서 대출금리를 내렸던 저축은행들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연 20%가 넘는 대출도 취급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며 "금감원이 초법적인 감독검사권으로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산금리 상한 이하 소급적용의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최고금리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한 전례가 있는터라 더욱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 연체 이자율과 새로운 이자율 상한과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편은 김 원장의 작품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때도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금융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출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 작업은 금감원이 작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지만, 김 원장 취임 이후 급속도로 추진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원장이 본인의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원장 입장에서는 '금융개혁'에 대한 기대를 받은 자신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강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김 원장의 행보를 보면 전방위적인 압박에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 보다는 버티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며 "문재인정부의 금융개혁 공약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려는 것일 수 있으나, 논란이 계속된다면 김 원장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김형석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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