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도시‘ 인증을 추진하는 지자체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17일 경기도는 공정무역 지원 조례 제정, 공정무역 제품 판매처 확보 등 공정무역 도시를 위한 6개 과제를 설정하고 2018년 올해를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무역은 원조 대신 거래를 통해 저개발국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공정무역은 대기업만 큰 이득을 보는 현재의 불공정한 무역구조에서 소외된 저개발국가 생산자, 특히 소농에 주목한다. 저개발국 생산자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최저보장가격, 공동체발전기금 등 공정한 가격을 지불받아 그들 스스로 사회적,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난 60년간 북미, 유럽을 비롯해 북반구 국가들은 선진국과 저개발국 사이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저개발국가 생산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정무역 운동에 함께 해왔다. 2002년 경 부터 아름다운커피, 두레생협, ICOOP생협, 티모르. 행복한나눔 등 다양한 공정무역 단체가 대한민국의 시민들에게 공정무역을 알리고 저개발국 생산자의 빈곤퇴치를 위해 힘써왔다.
북미, 유럽과 비교해 대한민국의 공정무역 역사는 20년도 채 안된 짧은 역사다. 공정무역 인지도는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내 공정무역 제품의 종류와 유통채널은 미미하다.
전체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세계수준의 10분의1에도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전체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 비율은 0.03%, 한국 무역규모에서 공정무역 비율은 0.003%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무역규모는 9016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7위 수준이다. 이중 공정무역의 규모는 약 2500만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 전체 무역규모 27조7410억달러 중 공정무역은 약 92억 달러에 달한다.
아직 대한민국의 공정무역이 가야할 길은 멀지만 경기도의 공정무역도시 참여선언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는 매우 반갑다. 이미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은 인천시와 부천시를 비롯해 경기도, 서울시, 화성시, 시흥시, 성북구, 금천구 등의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공정무역도시와 마을이 되고자 함께 힘쓰고 있다.
공정무역마을, 공정무역마을위원회라는 말은 ‘이런 말이 정말 있나’ 싶을 정도로 아직은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둘러보면 2000여개가 넘는 공정무역마을이 3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정무역 도시, 지자체, 마을 등 지역주체의 규모에 따라 부르기 나름이지만, 통칭 “공정무역마을 운동”이라 부른다.
2000년 4월, 18세기 노예무역으로 악명 높던 영국 랭커셔주의 작은 마을 가스탕(Garstang)의 후예들은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마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역사의 과오를 씻고, 더 공정한 무역을 위해 지역사회가 앞장선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스탕 주민들은 캠페인을 통해 슈퍼마켓이 공정무역 바나나를 취급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한 학교급식을 요청했다. 가스탕 마을에서 공정무역은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공정무역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5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1. 공정무역 단체와 지역주민들은 공정무역마을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 공정무역 운영위원회를 만든다.
2. 의회는 공정무역을 지원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겠다는 결의안을 제정한다.
3. 가게는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한다.
4. 학교, 교회, 공공기관, 회사는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한다.
5. 언론은 공정무역을 알리고 공정무역 관련 행사와 캠페인을 소개한다.
짧은 역사에 비해 대한민국 공정무역 운동의 성과는 꽤 괜찮은 성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과제도 많다. 주요한 사회변화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낼 지역 지도자와 오피니언 리더를 설득해야 한다. 두 번째 지역의 생산이슈와 공정무역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세 번째 공정무역 제품의 다양화와 품질에 대한 관심 역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들의 공정무역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지만 지속적인 시도다.
전 세계의 공정무역 운동의 큰 불씨를 만들고 공정무역 운동의 규모를 확대시킨 공정무역마을 운동이 대한민국에서 탄력을 받으려 한다. 대한민국 전 지역에 얼마지 않아 널리 퍼질 공정무역마을을 기대해 본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홍보캠페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