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산업계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현장상황 파악 능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근 최 위원장이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부품사에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강조한 '은행의 여신회수 자제'와 '완성차의 고임금 구조 개선'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남의 다리 긁기식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고임금 구조개선보다 불법하청 구조개선 없는 금융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31일 금융·산업·학계 관계자들은 최근 최종구 위원장이 은행을 압박해 자동차 부품사 금융지원을 약속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위한 쓴소리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자동차 산업구조를 모르고 고임금 문제를 지적한다는 비판과 함께, 시중은행 업무에 대한 무리한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지난 29일 자동차 부품사의 금융지원을 발표하며 자동차 산업계의 고임금 구조의 개선을 말한 바 있다. 그는 "(금융지원에 앞서) 완성차 회사가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는 등 스스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완성차 기업들이 고임금으로 발생한 경쟁력 약화를 보전하기 위해 부품 업체들의 단가를 깎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최종구 위원장이 지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부품업체 금융지원에 앞서, 완성차의 고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부품업체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고임금이 아닌 불법 하청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품업체 어려움의 원인으로 완성차 업체의 고임금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는 틀렸다"며 "부품업체의 어려움은 완성차의 고임금이 아니라 불법 하청 구조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임금 문제를 해결해도 완성차업체는 손쉽게 이익을 내기 위해 부품업체의 단가를 계속 깎을 것"이라며 "정부는 부품업체에 단순히 금융지원만 할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군산대학교 교수도 "부품업체 경영악화의 원인에는 분명히 완성차 고임금 구조에도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하도급 구조 개선이 동시에 개선돼야 부품업체들이 살아날 수 있다. 무조건 금융지원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종구 위원장이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은행권의 일방적인 대출 회수 행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오히려 은행권은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안좋으면 아무래도 신규대출이 나가기 어렵다"며 "부실한 기업에다 계속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품업체들의 경영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오히려 빌려준 돈도 회수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하는 은행들의 입장도 난처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리스크가 분명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여신 회수가 안되는 것에 대해서도 이자를 올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정부의 눈치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를 지원하기에 앞서 자동차 산업 고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