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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디지털시대는 쇄국 없어…핀테크 놓치면 안된다"
"핀테크, 아직 뒤처져 있지 않다…국내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될 것"
입력 : 2018-11-02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핀테크는 단순히 미래기술을 넘어 국가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영국·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핀테크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도 한몫했다. 그간 핀테크지원센터는 얼굴인식 단말기, 비디오얼굴 시스템, 근로자관리시스템, 스피드 게이트, 생체정보 카드결제 장치 등 혁신적이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해왔다. 특히 핀테크 기업 발굴 및 육성부터 기술 연구개발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수년간 핀테크를 연구해온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국내 핀테크 기업의 미래와 그 가능성을 다시한번 짚어봤다.
 
1일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이 뉴스토마토 기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토마토
 
-금융지원센터장을 맡은지 약 5년이 됐다. 그간 핀테크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점과 성과를 듣고 싶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초기 단계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핀테크지원센터는 핀테크 기업을 금융회사와 연결시키고 투자자와 만나게 해주는 등 꼭 필요한 지원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 특히 우리는 핀테크 기업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금융회사에서 전문인력을 파견해오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금융이 좀 복잡하지 않나.
다만 아쉬운 점은, 앞으로 규제완화 문제가 좀 더 진척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현재 나름대로 갖춰진 환경에서 해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법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취지에 맞게 제정되지만, 시간이 지나 예측 못한 환경이 오면 규제가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경이 바뀔 때 법도 바뀌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사업은 기존 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성장하기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규제를 다 풀어주자는 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를 실험해보는 것이다. 이후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다고 판단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적절히 활용했으면 좋겠다.
 
-센터장은 금융인 출신인데, 어떤 계기로 핀테크를 연구하게 됐나.
 
처음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금융일을 시작했다. 이후 대우증권에서 IB본부장,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신한금융투자회사 부사장,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금융인이었다. 그러다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맡게 됐다. 여기서 처음 벤처를 알게 됐다. 벤처의 핵심은 IT·ICT 아닌가. 이후 금융과 IT에 대한 접목을 꾸준히 생각했다. 중국 인민대학 재정금융대학원 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도 금융과 IT결합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해왔던 금융과 벤처 혁신의 IT, 이 두개를 결합한 것이 핀테크다. 서강대학교 교수자리로 오자마자 금융투자협회에 용역을 받아 핀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핀테크 서비스에 관한 세미나가 됐고, 이후 난 핀테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핀테크를 아직 잘 모르는 분이 많다. 그만큼 보편화되지 않았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위상은 어느정도인가.
 
세계에서 핀테크를 주도하는 미국, 영국, 중국이다. 그 외의 국가들은 그리 큰 성과가 없는 상태다. 특히 개도국은 거의 관심없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일본은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이 세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핀테크 기업이다. 이같은 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핀테크 위상은 준수한 편이다. 다만, 핀테크 이외의 것들은 다 뒤처져 있다. 이를 테면 우리나라에는 디지털 플랫폼 하나 없다. 전세계는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했다고 하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이에 해당된다. 디지털 플랫폼이 있어야 거기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창업도 할 수 있다. 지금 세계의 창업 스타일이 디지털 플랫폼들 위주로 되는데, 한국에는 그게 없어서 창업 활성화가 부족한 것 같다. 사실 이런 문제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만 얘기하고 있다. 미래 산업과 미래기술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미래 산업과 미래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미래를 논할 수가 있나. 입으로는 다 4차산업혁명이라고는 말하고 다닌다. 그런데 지금 미래기술에 뭐가 있고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안한다. 그게 아쉽다.
 
-핀테크 기업이 클라우드로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해야 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라는 윤리적 이슈도 겹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개인정보보호는 중요한 이슈다. 윤리에 관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호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 기술이 완벽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어진다. 그 동안 다른 나라들은 이미 해당 산업을 선점해 놓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만 사는 것이 아니다. 경쟁국이 있고 경쟁기업이 있다. 국내이슈만 있으면 좋은데, 반대로 해외이슈도 있다. 실제로 규제 완화하는 국가들은 엄청나게 빨리 앞서나가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는 안쓰이는 곳이 없기 때문에 빅데이터 경쟁력은 하루 빨리 갖춰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완전히 경쟁력을 잃는다. 조선시대 때는 쇄국정치를 얘기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쇄국이 되면 망한다. 이미 전 세계는 연결돼 있다. 막아서 될 일이 아니다. 핀테크는 빨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늦으면 그걸로 끝이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은행의 업무위탁 규정까지 개선했다. 이제 막 정부가 핀테크 진흥에 뛰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정부 탓할 것이 아니다. 국민들 전반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의 의식이 먼저 깨어야 한다. 또 언론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언론들이 미래기술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와 자영업자 비율 30%가 된 것도 미래 산업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학과 교수들은 다 안다. 기업이 한계에 직면하면 고용창출이 준다. 결국 은퇴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신산업 마련된 것도 없으니 자영업자만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유럽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20%를 넘어서자 나중에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결국 그 전망대로 됐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을 비롯한 새로운 미래산업은 피할 수 없다. 모두 미래산업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의 리스크를 직면하는 것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핀테크는 엄밀히 말하면 신산업이 아니다. 세계 주요 나라가 이미 핀테크를 다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쫓아가는 것이다. 이는 핀테크만의 이슈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나 새로운 산업을 대할 때 국민들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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