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웹툰 업계가 모여 불법 웹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범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불법 사이트의 웹툰 불법 복제가 웹툰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성업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에서 "해외 불법 사이트가 국내 작품을 일본어·영어 등으로 번역해 불법 유통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한국 웹툰의 글로벌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레진은 웹툰 불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워터마크(원본 데이터에 본래 소유주만 알 수 있는 표식을 삽입하는 기술)를 도입했고 워터마크 기술 개선을 진행 중이다. 워터마크 기술 개선에는 약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들어가지만 불법 유통 사이트는 불과 일주일 만에 이 기술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 업계는 민간 기업만의 기술로 막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규 투믹스 운영기획팀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찾아내 차단 요청이 들어가면 보통 15~3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작가협회·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정부 부처와 통신사들이 연계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툰은 뷰어(파일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이미지를 쉽게 복제할 수 있어 불법 공유사이트 운영자가 마음만 먹으면 이를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여기에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각 웹툰 플랫폼에 분산된 인기 웹툰을 불법으로 한곳에 모아 제공해 광고 수익 등을 거둔다. 지난 5월 검거된 국내 최대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는 지난 2016년부터 약 9만편의 웹툰을 제공했다. 월평균 방문자 수만 3500만명에 이른다.
밤토끼의 배너 광고는 개당 1000만원으로 한 페이지에 최대 30개까지 올릴 수 있었다. 음란·사행성 광고가 주를 이룬 배너 광고가 밀려 들어와 밤토끼 운영자는 월 최소 3억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웹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약 7240억원이었고 밤토끼로 인한 피해액은 24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최근 밤토끼 운영자 검거 이후 제2, 제3의 밤토끼 운영자가 발생해 문제는 바로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문영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은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 이후 신속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 된 이원화 체계에서는 절차적 문제로 불법 사이트 차단에 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개정안 통과 이후 저작권보호원의 전문성을 살린 일원화 체계로 개편되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저작권보호원의 비대화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 중"이라며 "당장 내일부터 저작권보호원의 심의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밤토끼 검거에 나섰던 최호준 부산경찰청 사이버2팀장은 내년 1월 중에 '밤토끼 시즌2' 운영자를 검거할 계획이다. 최 팀장은 "경찰이 검거 활동을 맡다 보니 일이 터진 뒤에야 나선다는 인식이 있다"며 "예방 업무를 맡지 못해 아쉬운 측면이 있다.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신속히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 사진 왼쪽부터 최호준 부산경찰청 사이버2팀장, 이명규 투믹스 운영기획팀장, 이성업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 연제원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