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자금세탁 위험성을 점검한 결과 현금거래와 암호화폐(가상통화)가 자금세탁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권에서는 은행권이 무역금융과 현금관리 등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자금세탁 위험이 가장 높게 나왔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평가' 결과를 27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FIU와 법무부, 기재부, 외교부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국내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평가 실시한 결과 자금세탁과 관련해 9개 부문에서 위험을 확인했다.
위험 분야는 ▲탈세·조세 포탈 ▲불법 도박 등 불법 사행 행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수뢰·증뢰·알선 등 부패 범죄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무역 거래 이용 등 재산 국외 도피 ▲횡령·배임 ▲현금거래 ▲가상화폐 등이다.
금융업·특정비금융사업자·거래수단을 망라해 자금세탁 취약성을 점검한 결과에선 현금거래·암호화폐의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
현금거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보편화로 현금 결제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5만원권 환수율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유효한 자금세탁 수단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액현금거래보고(CTR) 기준을 내년 7월부터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 현금사용 규제·감시를 국제수준· 맞출 방침이다.
암호화폐는 익명성을 앞세워 범죄수익 은닉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이유로 주요 위험으로 평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은행 등이 암호화폐 취급업소(거래소)와 거래하는 경우 고객확인 등을 이행하도록 은행에만 강화된 고객확인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암호화폐 거래소로의 입금에 대한 관리일 뿐 암호화폐 거래를 통한 자금세탁 위험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 개정을 거쳐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에는 은행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이 '중간 높음'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50% 이상)이 높고, 무역금융 등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점이 반영됐다. 보험회사·상호금융·여전회사의 위험도는 '중간'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 평가 대응 방안을 보고하고 평가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FATF는 자금 세탁 방지·테러 자금 조달 금지를 위한 국제 정책 결정 기구로, 우리나라는 FATF 강령에 따라 내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금지 운영에 관한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만약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국가 대외 신인도, 수출 기업의 금융 비용, 외환 거래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테러자금조달과 관련 위험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테러자금조달 위험은 낮은 수준이지만, 자금조달을 위한 중계기지 또는 이를 위한 무역 중계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