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3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 참가자가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은행권 자산규모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매금융에 특화된 은행들이 새로 등장해 중간지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단기적으로는 현행법상으로도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가 가능하다고 보고 연내 추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11월 은행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실시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5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설치해 각 업권별 주기적 평가를 실시키로 한 바 있다. 은행업 평가의 경우 전문 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토대로 세차례 회의를 거쳐 경쟁도를 평가했으며 업계 의견도 청취했다.
경쟁도 평가 결과 국내 은행업의 경쟁은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됐다. 은행업의 지난 2001~2017년 시장집중도지수(HHI)는 1233∼1375 수준인 '다소 집중된 시장'으로 평가됐다. HHI는 시장집중도를 판단하는 대표적 지수로 각 참가자들의 시장 점유율(%)의 제곱의 합으로 계산된다.
국내 은행업의 경쟁 포화상태가 '경쟁적'과 '다소 경쟁이 미흡'을 가르는 경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은행업 시장구조와 경영효율성, 수익성 등의 보조적 지표에서는 은행업내 경쟁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국내 대형은행의 규모가 하위은행들과 큰 격차를 유지하면서 안정화되고 있어 경쟁유인이 부족하다"며 "ROE 등으로 평가한 은행업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어 은행업 기존 플레이어들의 관점에서 볼 때 신규진입 감내 능력이 향상됐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정성평가에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도 은행 소비자들은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은행의 경쟁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은행이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 경쟁하는지 여부에 대해 소비자들은 100점 만점에서 46.7점을 줬다.
특히 신규 은행으로 인터넷은행이 새로 생기길 희망하는 답변의 비중이 40%로 가장 높았고, '인터넷은행이라 거리나 시간에 상관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답변이 34.3%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이같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위 경쟁도평가위는 "은행산업내 경쟁 촉진을 위해 진입정책 외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도 있으나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경우 인터넷은행과 같이 작지만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참가자가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신규 소매은행들이 틈새시장에 특화해 대형은행과 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현행법상으로도 인가가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인가단위의 세분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추진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말까지 인터넷은행 인가 방침을 마련한 후 이르면 내년 4월 새로운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