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에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하는 BNK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내년 지주사로 전환하는 우리금융지주 등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된다.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한화그룹도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언급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관해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BNK금융지주는 부산·경남은행을 중심으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8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이익의 90%는 은행에서 나온다.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려는 BNK금융에게 롯데카드나 롯데손보 인수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지완 회장도 취임사에서 "사업에 집중하려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재정립이 중요하다"며 "비은행 부문과 비이자 수익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BNK금융의 대주주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롯데그룹은 BNK금융 지분 11.14%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 우호적인 관계가 인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특허청에 '하나손해보험' 상표권을 출연한 것이 확인됐다. 당장은 롯데손보 인수에 선을 긋고 있지만 롯데손보 인수를 위한 밑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산 4조원 수준의 소형사로 보험업계에서의 비중은 미미하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기업 인수·합병(M&A) 기회가 있다면 증권이 됐든 보험사업이 됐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정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인수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내년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금융지주도 비은행 계열사를 늘려야 하는 만큼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우리생명보험, 우리손해보험, 우리재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다만 아직 지주사 체제가 정비되지 않았고, 보험과 카드보단 증권, 자산운용사 등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을 거느린 한화그룹도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주요 금융지주와 함께 한화그룹에도 투자안내서와 입찰신청서(RFP)를 보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카드와 손보의 규모가 업계 중하위권인데다,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카드와 손해보험 모두 업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손보의 경우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RBC)비율이 열악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RBC비율 150% 이상을 권장하고 있으나, 롯데손보의 3분기 말 RBC비율은 157%에 불과하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은행 부문을 키우려는 금융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물량 확보 여력에 따라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에 BNK금융지주 등 금융지주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