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 개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KCGI가 대한항공의 상황을 억지로 비관해 임직원들을 고용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24일 입장 자료를 통해 "KCGI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대한항공이 곧 망할 회사로 호도했다"며 "항공업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숫자만을 열거하며 망해가는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지난 21일 KCGI는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며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KCGI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 등을 제안했다. KGCI는 현재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0.8%를 보유하고 있다.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28일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오너의 제왕적 경영에 대한 KCGI의 비판은 공감하지만, 대한항공이 그들의 주장처럼 쓰러져가는 깡통회사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자본 논리만 앞세워 임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가려는 KCGI의 방안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회사 부채를 갚기 위해 부산사업부를 분리하고, 돈 안되는 적자 노선을 중단하자는 주장에 따르면 인원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의 속내는 당장 돈 안 되는 것은 처분하고 돈 되는 것만 남겨 주식값을 올리려는 생각뿐"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우리회사가 지금 직원들을 내보내고, 임금을 삭감해야 연명할 수 있는 절벽 끝에 있는가"라며 "KCGI는 입 조심 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KCGI가 항공사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이 전혀 없다고도 주장했다. 노조 측은 "우리회사를 현재에 이끈 진정한 힘은 조합원들의 철저한 안전관리였다"며 "대한항공은 지난 50년간 2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이끌어 온 메이저 항공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노조는 "KCGI가 다른 저의를 가지고 우리회사를 흔든다 해도 다 틀린 말만 있지는 않다"며 "회사 경영진은 통렬히 반성하고 노조와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함께 진정한 변화와 새로운 50년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