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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환경규제 성큼… 정유사 웃고 해운사는 부담 늘어
IMO,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 연료에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
입력 : 2019-02-10 오후 10: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을 11개월 앞두고 정유사들과 해운사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기존 선박 연료(벙커C유)보다 비싼 저유황유를 팔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반면, 해운사들은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IMO는 배출규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한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사들은 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황성분이 1% 이하인 저유황유 사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스크러버를 장착하려면 일정 기간 선박 운항이 불가능하고,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 선박은 스크러버를 설치해도 비용 회수 기간이 촉박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IMO의 환경 규제 시행 시 저유황유를 쓰겠다는 국내 해운사는 70%에 달했다. 실제 한국선주협회가 파악한 국적 운항 선대 1441척 중 스크러버를 이미 장착했거나 올해까지 탑재할 선박은 6.3%인 91척에 불과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국가도 늘고 있어 해운사들의 저유황유 선택은 불가피해 보인다. 스크러버가 수질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노르웨이에 이어 싱가포르도 2020년 1월부턴 개방형 스크러버 선박 입항을 금지했다. 
 
스크러버 설치와 저유황유 조달 등 이중부담으로 해운사들의 비용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크러버 설치에 드는 비용은 척당 70억~80억원대이며, 저유황유 가격은 벙커씨유보다 1.4~1.5배 정도 비싸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선박 연료로 쓴 비용 6000억원을 저유황유 가격으로 환산하면 연료비만 9000억~1조원에 달하게 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가나 선박 척수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겠지만 기존보다 부담은 늘어난다"며 "스크러버를 금지하는 국가에 입항할 때는 저유황유를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유사들은 IMO의 규제가 호재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부터 저유황유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IMO의 규제로 한국 선사들의 저유황유 수요는 연간 1100만톤을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국내서 공급하는 저유황유는 약 29% 정도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울산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저유황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정유사들의 탈황설비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 탈황설비(VRDS)가 완공되면 국내 1위 저유황유 공급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VRDS는 고유황 연료인 감압 잔사유를 탈황반응을 통해 경질유 및 저유황유로 바꾸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탈황설비가 정상 가동되는 시점부터는 매년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이익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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