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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공, 만성적자 대한항공공사서 글로벌 항공사로의 50년사
조중훈 창업주의 결단·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등이 이끌어
입력 : 2019-03-04 오후 2:00:59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대한항공이 2019년 3월1일부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정확히는 한진그룹이 1969년 3월1일 만성적자를 내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지 50주년이다. 
 
출범 당시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로 출범한 대한항공은 현재 166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로 외형을 넓혔다. 매출은 1969년 36억원에서 지난해 12조 6512억원으로 3514배 이상 성장했다. 출범 초기 일본에만 3개에 불과하던 국제선 취항도시는 3월 현재 43개국, 111개 도시 노선으로 37배 늘었다. 
 
대한항공은 급변하는 항공 시장 속에서 이 같은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조중훈 창업주와, 그 바톤을 이어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 적극적인 신 노선 개척과 대대적인 서비스 혁신,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와 과감한 투자가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한다. 
 
2005년 3월24일 대한항공은 창립 35주년을 맞아 발표한 뉴 CI에 따라 이태리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새 유니폼을 선보였다. 유니폼은 1991년 이후 14년만에 교체됐다. 사진/대한항공
 
 
"만인에게 유익하다면 도전해내야"... 고심 끝 국영 대한항공공사 인수
 
"결과만 예측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거나, 이익만을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은 진정한 의미의 사업이 아니다. 만인에게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이라면 만가지 어려움과 싸워 나가면서 키우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기업의 진정한 보람이 아니겠는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지난 1969년 만성적자를 내던 국영 대한항공공사 인수 당시 임직원들을 설득한 내용이다. 당시 조중훈 창업주는 공기업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국익과 공익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며 고심 끝에 과감히 인수를 추진했다.
 
조중훈 창업주는 당시 선진 외국항공사들이 대형 제트기를 띄우며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보유했던 프로펠러기가 아닌 제트기를 과감히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년만에 신형 YS-11 8대를 들여왔는데, 공사 시절 도입 기종 검토에만 1년여가 넘게 걸리던 구태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과감한 노선 개설... 하늘길 개척에 날개를 달다
 
1979년 3월 29일 뉴욕 JFK 공항에서 서울-뉴욕 노선 첫 취항 행사가 열렸다. 사진/대한항공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새롭게 태어난 민간 항공사에게 국가간 외교 문제 등과 밀접한 노선 개설은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만큼 힘든 일이었다.
 
당시 미주노선은 한·미 항공협정에 따라 알래스카를 경유해 시애틀까지 가는 북태평양 노선으로 제한이 돼 있었다. 특히 중동으로 가는 발판이 될 서울~방콕노선, 동남아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서울~마닐라 노선, 서울~사이공(현 호치민) 노선 등의 취항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급한 곳은 바로 서울~사이공 노선이었다. 1969년 당시 베트남 노선은 파병을 비롯해 한국 건설사와 용역업체의 진출로 인해 수요가 폭증하는 노선이었다. 조중훈 창업주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들 것으로 판단해, 베트남 정부에 한국의 병력과 근로자 수송을 위해 취항이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착륙 허가를 받아냈다. 이에 따라 1969년 10월 보잉720 항공기가 사이공에 취항하게 되는 쾌거를 이뤄낸다. 
 
이를 계기로 동남아행 수요는 늘어났고,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유럽, 미주 하늘길까지 열어젖히며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도 마련해 나갔다.
 
앞을 내다 본 투자 적중... '불황에 투자' 전략
 
1972년 9월 조중훈 창업주는 보잉747 점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큰 여객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점보기 구매는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무모하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조중훈 창업주는 예측하고 미리 투자해야 진정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점보기가 대한항공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1973년과 1978년부터 각각 발생한 1차와 2차 석유파동 시기에도 대한항공의 전략은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항공사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 부담은 평소의 4배까지 늘었다. 당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 유나이티드 항공 등은 오일 쇼크 때문에 수천 명의 직원들을 감원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 오히려 높였다. 또한 항공기 구매도 계획대로 진행했다.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와 직원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의 전략은 적중했다. 적기에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기회로 떠 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유사한 전략은 1997년 외환위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었던 조양호 회장의 전략에 따라 대한항공 운영 항공기 112대 중 임차기는 14대뿐, 대부분이 자체 소유 항공기였다. 이 때문에 매각 후 재 임차 등을 통해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고, 이는 IMF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또한 1998년 외환위기 상황임에도 불구, 보잉737NG(Next Generation)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 구매 계약 체결했다. 보잉은 감사의 뜻으로 계약금을 줄이고, 금융까지 유리하게 주선했다. 보잉737NG 기종은 IMF 이후 대한항공 단거리 노선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2003년 초대형 항공기인 A380 기종을 도입한 것은 불황 속 투자 전략의 백미(白眉)다. 2003년 당시 이라크 전쟁, 중증호흡기증후군(SARS), 9·11 테러 영향 등으로 인해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이를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삼았다.
 
이러한 투자 덕분에 대한항공은 2006년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항공시장 호황 시점에 A380, 보잉777-300ER 등 차세대 항공기들을 적기에 들여올 수 있었다. 반면 다른 항공사들은 그 때서야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고, 항공기 제작사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항공 자유화 경쟁, 스카이팀과 조인트 벤처로 활로 뚫어
 
조양호 회장은 스카이팀의 창설을 주도했다. 1990년대 말은 세계 최대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각각 맹주로 나서 스타얼라이언스와 원월드라는 항공 동맹체를 탄생시키는 등 세계 항공업계는 다자간 동맹체로 급물살을 타고 있던 시점이었다.
 
조양호 회장은 당시 양자간 제휴 관계를 맺고 있던 미국 델타항공의 레오 뮬린 회장에게 동맹체 결성을 제의했다. 양사의 최고경영자는 세계 최고의 강력한 동맹체를 만들기로 하고 유럽지역의 에어프랑스를 가입 권유에 나섰다. 이 때 조양호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에어프랑스의 최고경영자를 직접 찾아가 뜻을 같이 하자고 설득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00년 6월22일 뉴욕에서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대륙에 기반을 둔 4개국 항공사 CEO가 참석해 스카이팀이 출범할 수 있었다. 현재 스카이팀은 175개 국가 1150여도시에서 매일 1만4500편의 항공편을 운항하는 대표적 항공 동맹체로 성장했다. 연간 수송 승객 숫자는 6억3000만명이 넘는다.
 
세계 항공업계가 결국 합종연횡으로 흐를 것이라는 트렌드를 읽었던 조양호 회장의 선견지명은 큰 몫을 했다. 조 회장은 향후 항공사간 전략적 협력이 활성화될 것을 미리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반독점면제(ATI, Anti-trust Immunity) 권한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시해 대한항공은 2002년 미국 교통부로부터 반독점면제 권한을 취득했다. 2018년 5월부터 본격 시행된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의 시행에 앞선 신의 한 수였다.
 
2017년 6월23일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대한항공
 
이 같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통해 양사의 태평양 노선의 취항 도시를 활용한 공동운항을 확대하는 한편, 아시아와 미주 시장에서의 공동 판매하는 등 협력의 폭을 계속 늘려 나가고 있다. 
 
특히 스케줄 조정에 따라 양사간 환승 시간이 줄어들고 일원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승객 혜택이 확대됨에 따라 2018년 1월 본격 운영을 시작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경유하는 환승수요가 늘고 있다.
 
'항공업계의 UN회의' IATA 연차총회 사상 최초 대한민국 개최 
 
올해 6월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행사가 열리는 시기다. 다름 아닌 IATA 연차 총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Annual General Meeting)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것. 
 
대한항공은 이번 연차총회의 주관을 맡았다. IATA는 현재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명실공한 항공관련 국제 협력기구다. 국제항공업계의 정책 개발, 규제개선, 업무 표준화 등 항공산업 발전 및 권익을 대변하고 있으며, 세계 각계에서 1천여명 이상의 항공산업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도 불린다. 
 
조 회장은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이자,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이다. IATA의 주요 전략 및 세부 정책 방향,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의 굵직한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서 첫 개최되는 IATA 연차총회에 전 세계 항공산업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방문하게 됨에 따라,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허브공항으로서의 인천공항 경쟁력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등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에 대한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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