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 업종 등 취약산업을 '관리업종'으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업종으로 지정되면 은행들이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해당 업종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정부에선 취약산업의 금융지원을 당부하고 있지만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은행들은 보수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관리업종에 자동차 업종을 비롯해 건설, 부동산 등 취약업종이 선정됐다. 은행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통 주력산업이자 취약 업종이 포함됐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자동차 업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리업종으로 포함된 것이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올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부진하고 내수도 위축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 기업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봤지만 구조조정 대상 업체가 취약 업종에서 대거 늘었다"며 "신용공여 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많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매년 해당 산업 전망과 건전성, 포트폴리오 편중도 등을 검토해 관리업종을 정한다. 관리업종으로 정해지면 영업점 전결금액이 절반으로 줄고, 운전자금 한도도 축소된다. 특히 심사역이 심사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데, 해당 업종에서 승인된 대출에서 부실이 일어날 경우 평가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자동차업종에 대한 대출금은 감소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4분기말 기준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의 여신 잔액은 32.4조원으로 그해 1분기 이후 지속해서 줄고 있다. 전체 제조업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밑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들이 올해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자동차와 조선업종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과는 엇박자인 상황이다. 당국은 또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자동차부품사들에 회사채발행지원 프로그램과 신보·기보 우대보증을 각각 1조원씩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에 대비해 관련업종 대출을 보수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정책금융기관 보증을 담보한 금융지원에만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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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