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신송희기자] 금융감독원이 1호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건에 대해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확정되면 조만간 KB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도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과징금과 과태료 등 구체적인 제재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주 예정된 증선위에서 사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경징계 결정이 일종의 발행어음 사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증권이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만큼 제재에 대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출처 등 운용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자금 대출 시 심사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이 반사이익을 얻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결정을 내리면서 이제 KB증권에 대해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에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신청했다. 같은 해 1월 사업인가 신청을 자체 철회한 지 11개월 만이다. KB증권은 이미 발행어음 진출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상태로, 인가만 나면 바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투자은행)가 가장 눈독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일정 규모의 자기자본(4조)을 갖춘 증권사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왔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을 말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배에 달하는 자금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2곳만 단기금융업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준비하던 발행어음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규모를 4조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의 마진 스프레드인 100bp를 150bp까지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규모가 늘어나는 동시에 스프레드가 개선돼야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여기에 눈독 들이고 있다. 최근 연내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해 초대형 IB 자격을 갖추고 발행어음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최근 간담회를 통해 "초대형 IB에 허용되는 발행어음이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 및 중요한 자산관리(WM) 상품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초대형 IB로 갈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초대형 IB 기준에는 못미치지만 신용공여 업무를 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을 위해 무리하게 자본을 4조원으로 맞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라·신송희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