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촉발된 금융권의 고배당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외국계 은행의 무리한 고배당은 사업철수 의혹 등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배당 감독 기준에서 보완해야할 부분이 있는지 금융사를 대상으로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기준만 부합되면 배당하는 건 문제가 없다"면서도 "무리한 배당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바젤Ⅲ 기준에 따르면 총자본비율 13%만 넘으면 배당 제한은 없다. 하지만 금감원은 BIS 총자본비율이 13%를 넘는 은행이더라도, 무리한 고배당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금감원은 외국계 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고배당 논란도 SC제일은행·씨티은행으로부터 촉발됐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22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이보다 약 3배나 많은 612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만 272.7%이다. 같은 기간 씨티은행의 당기순익은 3074억원, 배당은 3배 규모인 9341억원이다. 이 역시 배당성향이 303.9%로 높았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각각 BIS비율이 각각 14.4%, 19.1%으로 당국 기준에 위배되진 않지만, 무리한 고배당으로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1년치 당기순이익보다 3배 많은 금액을 배당한다는 것은 조금 과하다"며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권에는 외국계 고배당으로 인해 시장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시장에서 곧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기 때문에, 당기순익 대비 3배가 넘는 고배당을 지급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고배당으로 인한 외화 변동성도 우려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한 고배당은 외화유출을 유발하고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배당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무리한 자본감소로 인해 손실흡수력이 낮아지고, (투자 등) 은행 경영 및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씨티은행.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