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그간 한국수출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플랜트·조선 등 중후장대의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재무건전성 저하를 겪었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10월 수출입은행은 총 23개 과제로 구성된 '혁신안'을 수립하고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혁신안 이행을 모두 완료했다. 조선산업에 대한 부실도 대부분 털어냈다. 업황이 어려웠던 조선·해양 산업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입은행에 좋은 신호다. 조선·해양 산업이 다시 '선회'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권우석 수출입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권 본부장은 올해 초 해양구조조정 본부장에서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동시에 조선·해양 구조조정 부문이라는 중책도 여전히 맡고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3일 권우석 본부장을 만나 올해 조선·해양 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과 수출입은행의 역할을 들어봤다.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입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생태계의 균형발전을 지속해야 하고, 대형조선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조선사들의 경쟁력도 높여야 합니다"
권우석 수출입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조선·해양 산업 지원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양 관련 보증지원 사업을 대거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랜트, 선박 등 중후장대 수주산업에 9조1000억원에 달하는 보증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수주산업 회복에 힘입어 이보다 많은 13조원의 보증을 지원한다.
또 수출입은행은 발전, 건설·플랜트, 자원, 조선·해운 등 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적 금융을 제공할 예정이다. 발전 부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원전 등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건설·플랜트 부문은 기존의 단순도급형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투자개발형 사업에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4차산업 혁명에 따라 주요자원에 대한 금융지원도 진행한다. 리튬·구리 등 4차산업 관련 광물과 유가스 등 주요자원 확보를 위해 장기구매 금융을 지원한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양 부문에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친환경·고부가 선박을 수주하는 방안을 강화하고, 해운사 선대 확보를 위한 지원을 늘린다. 이미 우리나라 조선업은 지난 2017년부터 업황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국제 LNG 시장 활성화에 따른 수요 등으로 발주량이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 발주량은 전년 대비 1.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우리나라 조선업계 수주량은 65.8%나 증가했다.
권우석 본부장은 "국내 주력 선종의 발주가 전망대로 이루어지면 국내 조선사들의 생산능력을 볼 때 조선사들의 생산 및 영업활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며 "국내 조선사 주력 선종은 2020년 이후 지난 2013~2015년 평균 발주액 수준으로 점진적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조선산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역할도 강구 중이다. 조선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생존 및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조선사별 맞춤형 금융지원 체제를 확립할 방침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조선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등 우리나라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출실적, 매출감소,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있다.
권 본부장은 "조선·해운 수출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겠다"며 "시황 회복 시까지 생존 및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조선사별 맞춤형 금융지원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수출입은행은 해외건설·플랜트,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의 부진으로 건전성 저하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축소, 신용공여한도 축소, 사외이사 추가선임, 급여·예산 삭감 등의 혁신안을 수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은 혁신안을 모두 이행했다. 오히려 2020년에 완료하기로 한 혁신안을 2년이나 앞당겨 마쳤다.
해양·구조조정본부가 폐지됐지만 조선·해양산업 지원 강화가 필요해지면서 해양 관련 업무는 부산 해양금융센터를 통해 진행되는 중이다. 수출입은행은 해양·구조조정본부 인력 절반은 해양 관련 업무에 재배치한다.
이런 수출입은행의 행보는 정부의 조선업 정책금융 지원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집중지원이 필요한 주력산업을 선정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국책은행 자금공급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권우석 본부장은 "전통적 수출산업에 대해서도 혁신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4차 산업 기술 접목, 신규 밸류체인 확보, 생산설비 증설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여신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권 본부장은 올해 달라진 여신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대기업 여신이 더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소기업·혁신기업의 여신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우선 수출입은행은 해외온렌딩, 전대금융 등 여러 지원수단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신시장 개척과 해외 인프라 수주 지원을 위해 사업개발·금융자문 및 주선 등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할 전망이다.
권 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대외 경쟁력 제고와 해외 진출 지원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에 기여하겠다"며 "서비스·ICT·미래운송기기 등 혁신성장산업의 생산·수출뿐만 아니라 R&D·M&A 등 다양한 기업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이고 다양한 금융수요가 존재하는 혁신성장산업 특성을 반영해 금융지원 방식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우선 대규모 M&A자금을 지원해 시장선점, 원천기술 확보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중장기 R&D 자금, 시설투자자금 지원, IT·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펀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권우석 본부장은 "최근 경기적 요인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수출 활력 제고 대책으로 올해 총 62조원을 공급해 우리나라 수출 활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신성장 산업의 수출시장 확대와 수출 경쟁력 제고를 확대하겠다"며 "특히 수출입은행이 2년 연속 좋은 재무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올해도 좋은 실적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금융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우석 경영기획 본부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으며 인사경영지원단장과 기획부장, 자원금융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기획·여신 전문가로 해양·구조조정 본부를 맡아 해양금융 및 구조조정 업무를 지휘했다. 현재는 경영기획본부장으로 기획·여신총괄·인사·재무관리 등을 맡고 있으며, 기존 해양구조조정 업무도 같이 담당하고 있다.
권우석 수출입은행 부행장. 사진/ 수출입은행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