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반토막 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매분기 신기록을 경신하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삼성전자에 역대 최대 실적을 가져다 준 것도, 올해 어닝쇼크를 낸 것도 모두 메모리 반도체였다. 2년간 유례없는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이후에는 가파른 업황 하락곡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시황 약세 반전으로 수출과 고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육성이 시급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하락한 1분기 잠정 실적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이례적으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예고했기에 시장의 충격은 덜했다. SK하이닉스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분기 4조37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1조원대 중후반으로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 중 50% 이상, SK하이닉스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하는 D램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37%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과 사업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을 위해 비메모리 사업 육성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성이 큰 반면 비메모리 부문은 시황의 부침이 적다. 제품 종류도 수만 가지로 다양해 대규모 제조시설이 필요치 않다. 그러면서 시장규모는 메모리의 2배 이상이다. 인공지능(AI)·5G·자율주행차 등의 4차 산업혁명 움직임으로 인해 시장 성장 가능성도 높다.
기업들의 ‘포스트 D램’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초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위 달성이라는 로드맵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7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출범 첫해 순손실을 냈던 시스템IC는 불과 1년여 만인 지난해 6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과제도 산적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앞세운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42~73% 정도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4%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으며 해외 인재사냥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 업체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쌓아온 팹리스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70%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맞닥트린 미래 반도체 경쟁력의 현실과 그를 육성하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본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