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5G 서비스가 시작됐다. 작년 12월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 서비스가 시작된 데 이어, 지난 5일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초고속·초저지연성·초연결이라는 특징을 가진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도입되면서 미디어·전자상거래·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정보산업 전반의 거대 변혁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과연 이런 혁신적인 5G 시대는 스타트업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5G는 초고속으로 4세대 이동통신 기술(LTE) 대비 20배 가량 속도가 빠르다.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 받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연결 지연이 매우 짧다는 초저지연성 때문에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초연결이 가능해 5G는 최대 연결기기 수가 LTE 보다 10배 이상 증가해 많은 기기와 센서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정보기술이 일상생활 깊숙이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초고속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고화질 영상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동영상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 역시 인터넷으로 고화질 영상으로 생방송이 가능하니 1인 미디어라 불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에서도 고화질 영상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게 되니 엔터테인먼트·게임·스포츠 등 분야에서 서비스 수준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첨단 기술이 도입돼 시·공간 제약 없는 초연결 스마트 오피스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자면 무인자동차를 타고 출근해 얼굴인식으로 사무실 출입을 하고 가상회의를 하며 센서를 통해 업무시간과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 분석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5G 통신 인프라가 있다고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서비스가 5G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킬러 어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대기업이 킬러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은 마치 1990년 대 초고속 인터넷이 도입되었을 때, 인터넷 검색이나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대기업이 승자가 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 분야에서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주도권을 가지고 갈 수 있다. 5G 이용자 확보 및 수익 창출은 이런 스타트업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얼마 전, 스타트업 분야 전문가이신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마크 마이어 (Marc Meyer) 교수님과 5G 시대 한국의 기회에 대해 말씀을 나누게 됐다. 우리는 1990년 대에 전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구축하면서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다이얼패드나 싸이월드와 같은 혁신적인 사업을 글로벌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마이어 교수님은 5G 시대에는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5G 도입 초기부터 혁신사업을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구체적으로는 5G 킬러 어플리케이션 분야에 글로벌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5G 인프라 그 자체는 다른 나라로 이식하기 어렵지만, 5G 킬러 어플리케이션은 국내에서 사업성이 증명된다면 전세계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캐피탈과 함께 스마트 시티·자율주행차·스마트 팩토리·스마트 오피스·로봇·가상현실·증강현실·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규모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면 5G 킬러 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에게 상당한 기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통신사들도 5G 활성화를 위해 당장의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는 통신사와 스타트업 양쪽에 모두 Win-Win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은 기업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게 되고 통신사는 자본력이 크기 때문에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인수해 혁신을 내재화할 수 있다. 이런 5G 시대의 킬러 어플리케이션 기회는 인수 및 합병을 활발하게 하여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부흥시킬 수 있고 또 여기 투자하는 개인 또는 기업들도 많아져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경제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5G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 새로운 글로벌 스타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